펠로시 美하원의장 남편 자택 피습…용의자는 극우 음모론자
용의자는 극우 음모론자
"침입후 펠로시 의장 찾아다녀"
트럼프 이후 의원협박 10배 증가
정치적 극단주의 경계감 고조
일부 공화후보 선거불복 가능성
29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은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5년간 정치인을 상대로 한 협박 사건이 10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의회경찰 통계에 따르면 연방의원에 대한 협박 사건이 지난해 총 9625건으로 2016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패배한 2020년 대선을 '사기'라고 주장하고, 일부 공화당 인사들이 허위 주장을 반복하면서 더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8일(현지시간) 용의자 데이비드 데파페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펠로시 의장 자택으로 새벽시간에 몰래 들어가 펠로시 의장의 남편을 공격했다. 현지 경찰은 "데파페가 둔기를 든 채 펠로시 의장 이름을 부르며 집을 돌아다녔고, 폴 펠로시를 보자 폭행했다"고 설명했다. 폴 펠로시는 머리 등에 외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NBC방송은 그가 머리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전했다. 사건 직후 경찰은 데파페를 살인미수, 노인 학대, 강도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외신들은 용의자가 펠로시 의장의 집에 침입한 뒤 "낸시는 어디 있느냐(Where is Nancy)"는 말을 한 점으로 보아, 작년 1월 일부 트럼프 지지자가 연방의사당을 점거하고 연발한 구호와 같다는 점을 들어 정치적인 테러 사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정부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펠로시 의장을 겨냥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용의자가 극우 음모론 사이트에 가입돼 있고 이민자, 페미니스트, 환경보호론 등에 대한 블로그를 작성해왔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통화했고, 끔찍한 공격에 대한 위로를 표했다"며 "대통령은 모든 폭력 행위를 규탄하며 펠로시 가족의 사생활 보호를 당부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건 비열한 행위로, 너무 많은 정치적인 폭력과 너무 많은 증오, 독설이 있다"며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양심을 가진 모든 선량한 사람들은 명백하고 분명하게 폭력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은 모두 위로를 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폴 펠로시에게 발생한 일은 악랄한 행위"라며 "펠로시 의장과의 통화에서 깊은 우려를 전하고 쾌유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로이 블런트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펠로시 부부와 20년간 많은 일을 함께했다"며 "오늘 펠로시 가족을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펠로시 의장의 한국 카운터파트인 김진표 국회의장도 위로 서한을 보냈다. 김 의장은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 깊은 슬픔과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AP통신은 "최근 우익 정치인들이 폭력적인 발언과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 기간 더욱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이 올해 펠로시 의장을 공격하는 정치 광고를 내는 등 2010년부터 펠로시 의장을 비판해 온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달 8일 중간선거 과정과 민주주의 붕괴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공화당 후보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이 낙선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며, 애리조나에서는 총기를 소지한 민간 단체에서 투표함 일대를 배회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AP통신과 시카고대 전국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6~10일 미국 성인 112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만 민주주의가 '아주 잘 작동하고 있다'고 했으며, 52%는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선거 결과를 부정하면 미래에 선거도 제대로 치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민주주의 자체가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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