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예상됐는데 통제 안돼…안전인력 더 있었어야” 전문가가 본 참사
지자체·경찰 모두 뒷짐만
홍콩은 일부 거리 통행 금지
도쿄 시부야는 주류판매 막아
◆ 이태원 대참사 / 안전불감증 한국 사회 ① 대형사고 사각지대 진단◆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30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번 이태원 참사는 사회 재난"이라며 "별도 주최자 없이 자연 발생적으로 군중이 모인 자리에서 발생한 사고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처음 열린 핼러윈 행사인 만큼 당국이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좁은 지역에서 자연적으로 군중이 몰릴 경우에 대비해 안전 매뉴얼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규모 행사와 관련한 안전 법령이나 매뉴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05년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가요콘서트 현장에서 시민 11명이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행사장에 전담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줄서기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공연·행사장 안전 매뉴얼'을 만들었다. 2019년에는 재난안전법을 개정해 지자체는 물론 민간이 지역 축제를 열 때도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행안부는 이를 바탕으로 행사 중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축제 등에는 강화한 안전관리 매뉴얼을 적용했다. 문제는 이번 이태원 참사처럼 주최자가 불명확한 경우 매뉴얼 적용에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축제 주최 측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만큼 관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사전 통제에 나섰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일반인들이 안전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의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면 결국 정부가 사고 예방에 나서야 한다"며 "경찰과 지자체가 안전 인력을 더 충분히 투입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실제 해외에서는 주최 여부와 상관없이 당국이 적극적으로 인파를 사전에 통제해 위험 요인을 관리하고 있다. 29일 일본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에서는 핼러윈 인파에 대응해 경찰과 민간 경비원 등이 배치됐다. 3년 만에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거의 사라져 핼러윈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경찰관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멈춰 서지 말고 지나쳐 달라"고 연신 외쳐댔다.
일본 방송에 따르면 경시청은 이번 핼러윈으로 시부야에 모이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29~31일 최대 350여 명으로 경비 체계를 구축했다. 시부야구는 시부야역 주변 일부 지역에서 심야부터 새벽까지 노상 음주를 제한하고, 역 주변 편의점에 주류 판매 제한을 요청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핼러윈 주말을 앞둔 지난 28일 '특별교통정리' 공문을 통해 안전관리를 사전 예고했다. 홍콩 란콰이퐁은 이태원과 같이 핼러윈 등 기념일을 전후해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장소다. 경찰은 란콰이퐁을 중심으로 일부 시간대에 대표적인 거리 통행을 아예 금지하고, 방문객들이 이동할 때는 줄을 서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시민들이 스스로 안전의식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전 당국은 물론 시민들도 차분하게 구조적인 생활 양식의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환기했다.
[이희조 기자 / 류영욱 기자 /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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