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원전 폐기물 저장시설 도입 서둘러야"
핵폐기물 포화속도 빨라져
시간 지날수록 비용부담 확대
후쿠시마 사고때 안전성 입증
건식저장 필요성 수차례 강조
공론화해 주민 설득 속도내야
존 케슬러 미국 원자력학회 핵주기·폐기물 분과위원장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학회장 강문자)가 주관한 '방사성폐기물 관리 동아시아 포럼(EAFORM) 2022' 참석을 위해 지난 26~28일 제주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수로형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을 운영한 경험이 없는 한국은 소규모 용량으로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케슬러 위원장은 1993~2015년 EPRI 사용후핵연료 및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프로그램 매니저로 활동한 사용후핵연료 저장 분야 전문가다. 노르웨이 방사능·원자력안전청(DSA) 원자력안전 및 방사성폐기물관리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식 저장시설은 정부가 영구 처분시설을 갖추기 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용지 내에 임시로 저장하는 설비를 통칭한다. 방사선 차폐체로 물 대신 콘크리트나 금속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습식 저장 방식과 구분된다. 습식 저장에 비해 운영 비용이 적고 안전성이 높으며 용량 확장 및 장기적 관리 측면에서 용이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이 준공되기 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내에서는 현재 중수로형 원전인 경주 월성원전에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맥스터·캐니스터)을 운영하고 있다. 경수로형 건식 저장시설은 이번에 추진하려 한 고리원전이 최초다.
케슬러 위원장은 건식 저장설비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러 상황을 가정한 충격에도 건식 저장설비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후쿠시마 사고 같은 이상 상황에서 3일간 저장설비에 접근하지 못했음에도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건식 저장설비는 비용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오히려 장기적 관리 측면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며 "이를 참고한다면 한국은 중앙집중식 저장시설(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을 중심으로 처분장으로 바로 운반될 수 있도록 기능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공론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 계획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영구 처분시설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면 이에 대한 계획을 일찍 제시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 지역 최대 폐기물 처리 컨설팅 기업 중 하나인 암포스21의 조르디 브루노 이사는 "심지층 매립형 방사성폐기물 처리 방식은 안전성이 검증됐을 뿐 아니라 한국의 지형적 특성과도 부합한다"며 "지역 주민들의 허락을 맡아 추진하겠다는 발상이 아닌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효용성이 입증된 기술을 제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까지 암포스21 대표로 재직한 그는 35년간 방사성폐기물 관리 분야에 종사하며 130여 편의 학술논문을 게재하고 5권의 서적을 집필했다.
브루노 이사는 심지층 매립형 방폐장의 경우 인적 오류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분야라고 역설했다. 지하수, 공기 등 방사성물질과 반응할 수 있는 물질이 가장 적은 환경(심지층)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매립할 경우 자연 반감기를 따라 방사성폐기물이 안전해질 때까지 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4~2020년 프랑스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용지 조사 기술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 그는 "프랑스는 매립지 위에 지금도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 이는 기술에 대한 신뢰로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안전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했다. 한수원의 건식 저장시설 설치 계획이 이사회를 통과하더라도 착공을 위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원전 운영허가를 새롭게 받아야 하는데, '주민의 의견 수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제주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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