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버거시장 만만찮네…'오바마버거' 철수검토

송경은 2022. 10. 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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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가이즈 진출 선언 이어
내년초 고든램지 스트리트버거
내달 1일 슈퍼두퍼 매장 오픈
국내 고급햄버거 시장 경쟁 치열
고가논란 ·노하우 부족 부담 여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수제버거 전문점 `슈퍼두퍼`의 한 매장에서 고객들이 주문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슈퍼두퍼는 11월 1일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 국내 1호점이자 슈퍼두퍼의 첫 해외 매장을 연다. [사진 제공 = 슈퍼두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수제버거 전문점 ‘슈퍼두퍼’ 첫 해외 매장이 다음달 1일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 문을 연다. 내년 초에는 국내에서 14만원짜리 버거로 큰 화제가 됐던 영국 ‘고든램지 버거’의 캐주얼 버전 격인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가 서울 강남에 들어선다. 쉐이크쉑, 인앤아웃버거와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 가이즈’ 역시 내년 상반기 한국 상륙을 예고했다.

최근 해외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들이 속속 한국에 들어오면서 국내 버거 시장 스펙트럼이 크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미국 패스트푸드점에 롯데리아, 맘스터치, 노브랜드버거 같은 한국 토종 브랜드들이 ‘가성비’로 맞서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트렌드라면 최근 수제버거 브랜드들은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 품격 있는 음식과 서비스를 무기 삼아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다양한 해외 유명 수제버거를 국내에서 맛볼 수 있게 된 데는 K컬처 확산을 계기로 한국의 세계적 위상이 크게 높아진 영향이 크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성공한 외식 브랜드들이 과거 아시아에 첫 매장을 선보일 때 일본을 지목했다면 이제는 영향력 높은 한국을 선호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서울의 식문화 수준은 최근 5~6년 사이 파인 다이닝을 중심으로 가파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진경산업과 손잡고 내년 상‧하반기 각각 캐주얼 레스토랑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와 ‘고든램지 피시앤칩스’의 첫 해외매장을 서울 강남권 백화점에 잇달아 오픈할 계획인 영국 고든램지 레스토랑의 데미안 바셀 글로벌 총괄셰프는 “서울처럼 트렌드 변화가 굉장히 빠르고 다양성이 넘쳐나는 흥미로운 도시에 매장을 열게 돼 기쁘다. 고든 램지 역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며 “내년은 우리에게 매우 신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유명 셰프 고든 램지는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아시아 최초의 고든램지 버거 매장을 열었고, 해당 매장은 월 매출 10억원 이상 올리며 롯데월드몰 식음료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 초 새롭게 들어오는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의 경우 영국 현지 매장에서는 버거와 감자튀김 세트 메뉴를 16파운드(약 2만64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김치가 가미된 핫윙 메뉴인 ‘스윗 칠리 김치 윙스’는 영국 본사에서 직접 개발한 메뉴로 전 세계 매장에서 제공된다.

프리미엄 수제버거 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들도 해외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는 사업 등 이유로 해외를 자주 오가는 기업 총수 일가 2‧3세의 역할이 크다. 파이브 가이즈의 국내 론칭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지난달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윌리엄 피처 미국 파이브가이즈 엔터프라이즈 부회장과 손을 맞잡고 찍은 사진과 함께 “파이브가이즈 드디어 한국 상륙”이라는 코멘트를 남겨 화제를 모았다.

일찍이 2016년 미국의 수제버거 전문점 ‘쉐이크쉑’을 들여온 SPC그룹에서도 허영인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쉐이크쉑의 창업주 대니 마이어 유니언스퀘어호스피탈리티그룹(USHG) 회장을 직접 만나 오랜 기간 쉐이크쉑의 국내 론칭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만 23개 매장을 운영 중인 SPC그룹은 쉐이크쉑의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사업권까지 얻어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다만 고가의 수제버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아직까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수제버거 브랜드 수가 크게 늘어난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오바마 버거’로 유명한 미국의 ‘굿스터프이터리’는 대우산업개발이 들여와 지난 5월 서울 강남에 1호점을 냈지만, 5개월 만인 지난달 24일 ‘10월 31일을 마지막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했다가 돌연 철회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론칭 5개월 만에 사업을 철수하려다 계약 당사자인 미국 본사의 항의를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서울에는 이미 다양한 수제버거 브랜드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가수 테이가 운영하는 수제버거 전문점 ‘테이스티 버거’는 최근 방송을 타면서 서울, 제주 등 주요 상권에서 영토를 넓혀 가고 있다. 그 밖에도 ‘다운타우너 한남’과 ‘번패티번’ ‘선데이 버거 클럽’ ‘9온스 버거’ ‘브루클린더버거조인트’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더라도 그 명성에만 기대지 않고 국내 소비자에게 맞는 서비스와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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