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대란속 유상증자 절반 뚝…기업 현금확보 막막

박윤예,고재만 2022. 10. 30. 1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증시 폭락에 투자자 대거 이탈
예탁금 2년만에 50조 밑으로
10월 유증액 4100억에 그쳐
비상장사 돈줄 VC 투자
전년대비 40% 넘게 줄어
신규 상장 연기도 속출
'회사채 대란'이 벌어진 10월 국내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이 지난해 동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상증자마저 힘들어지며 기업들의 연말 자금조달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매일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집계한 올해 유상증자 현황에 따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증가한 사례는 총 29건, 발행금액은 4119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의 9454억원(35건)과 비교하면 56%나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유상증자 건수는 총 379건, 발행금액은 24조7099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유상증자 건수는 11.4%, 발행금액은 14.7% 감소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조달하는 자금은 장기성 자금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이 오래 버틸 수 있는 곳간 역할을 해준다"며 "자금조달이 막혀 신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달 유상증자를 진행한 29건 가운데 19건(65.5%)이 제3자배정 방식이었다.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금조달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그나마 유상증자에 성공한 상장사의 경우 미래 투자보다는 당장 운영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달 들어 운영자금 목적의 유상증자는 모두 7건이다. 대기업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운영자금 목적으로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을 만큼 산업계 전반의 자금 압박이 심하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락장은 유동성 부족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유상증자 흥행을 어렵게 한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4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8%나 줄었다. 또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49조원대로 2년3개월 만에 5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 상장기업들은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물론이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쉽지 않다. 증권사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주관사로 나섰다가 흥행하지 못하면 미청약 실권주를 떠안아야 하므로 선뜻 주관사 역할을 맡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은 이미 자금조달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중소기업 A사는 충북 오송의 물류센터 확장 계획을 일시 연기했다. 당초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몇 달 새 회사채 금리가 3%포인트 이상 치솟으면서 발행 계획을 접었다.

은행 대출금리 역시 큰 폭으로 뛰어 지금 시설투자를 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판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금리가 언제 내려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설비투자는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부산 기계부품 업체 B사는 당초 올해 상반기 10억원, 하반기 2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1분기에만 5억원을 발행했을 뿐 투자자가 없어 나머지 금액은 꿈도 못 꾸고 있다.

비상장사의 경우 벤처캐피털 투자나 상장(IPO)을 통해 자금을 모아야 하지만, 이 경로도 막히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벤처투자액은 1조25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나 급감했다. 특히 100억원 이상 대형 투자가 확 줄었다. 3분기에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22곳으로, 전년 동기 43곳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시리즈B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며 "벤처투자자들이 소규모 초기 투자에만 쏠리고, 리스크가 큰 중대형 투자는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비상장기업 중에도 기업공개를 미루거나 공모가를 낮추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16개 기업 중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기업은 3개에 불과했고, 상단으로 결정된 기업은 6개였다. 하단으로 확정한 기업은 2개, 하단 미만은 5개로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희망밴드 최하단이나 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모가를 확정했다. 몸값을 낮춰 상장하더라도 시장이 이를 '급전이 필요한 기업'으로 받아들이면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박윤예 기자 / 고재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