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못 구했다" "딸 좀 찾아달라"…'이태원 참사'에 곳곳 '눈물...

이용성 2022. 10. 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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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명 사망…39개 병원에 분산배치
순천향대병원 등 곳곳서 유족들 '오열'
생사 확인 못한 실종자 가족도 발 '동동'

[이데일리 이용성 윤정훈 권효중 기자]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수도권 병원과 장례식장 등에서 통곡이 넘쳐나고 있다. 전날 밤 함께 놀던 유쾌한 친구가, 이태원으로 놀러 간다던 착하고 예쁜 자녀가 하루아침에 주검으로 돌아오자 유족들은 오열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핼러윈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병원에서 한 외국인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53명 사망 ‘이태원 참사’에…병원 곳곳 ‘울음소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앞은 혹시라도 가족과 지인의 시신이 이곳에 안치돼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이들이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는 6명의 희생자가 안치됐다. 오후 6시 기준으로 1명은 신원이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실종자의 가족과 지인들은 희생자들의 생사 여부는 물론, 사망했다면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어 장례식장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여행하던 중 핼러윈데이를 맞아 전날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사를 목격한 호주 국적의 A(24)씨는 “밀려드는 사람 속에서 나는 빠져나왔지만, 친구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금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A씨는 곁에서 사망한 친구의 시신을 목격했지만, 출입이 가로막혔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녀의 가족들은 아직 이 소식을 모른다. 지금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빨리 찾고 싶다”고 오열했다.

이란 대사관 측에서도 이곳을 방문,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관계자는 “이란 유학생들이 희생된 것으로 알고 있고, 신원을 확인하러 왔다”며 짤막하게 말했다. 친구를 찾으러 왔다는 20대 남성 2명도 “병원으로 이송됐다는데 어느 병원인지 몰라 찾아왔다”며 방문했다. 다만 이들 역시 친구를 찾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자녀의 신원을 확인 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 한 중년 여성은 “아이고”라며 연이어 자녀의 이름을 외치며 외마디 통곡을 했다.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에서도 한 젊은 여성이 “여동생이 죽었다”며 주저앉아 오열했다. 이 여성은 사고를 모르고 있다가 여동생의 휴대전화가 경찰서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픽=이데일리DB)

“생사라도” 실종자 찾아 헤매는 가족들…‘사망’ 확인 후 실신도

실종자 접수 상황실이 꾸려진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서도 이따금 적막을 깨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망자 명단에 실종된 자녀의 이름이 있는 것을 확인한 한 중년 부부는 오열하다 결국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구급대원에 의해 실려 나갔다. 지인이 사라졌다며 실종자 신고를 하러 온 남성도 사망자 명단에 올라온 지인의 이름을 보고 황망하게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다급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곳을 방문한 50대 B씨도 “대학생 딸이 어젯밤 핼러윈 축제를 간다고 한 후에 연락이 안 된다. 딸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은데 경찰도, 실종자 센터도 왜 확인이 안 되느냐”며 울부짖었다.

이 같은 일은 백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등록증이 없는 미성년자나 여행 등으로 한국에 방문해 신원 확인이 어려운 외국인의 경우 더욱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경찰은 과학수사 긴급대응팀을 긴급 편성해 성인은 지문 채취를, 미성년자는 DNA(데옥시리보핵산) 감식을 통해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30일 오후 4시 반 현재 90% 이상 신원 파악을 마쳤다.

실종자 신고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고 직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실종자 신고접수 상황실을 설치했다. 이날 오후 5시기준 주민센터에 접수된 실종자 접수 건수는 총 4024건으로 집계됐다.

전날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153명으로 서울·경기도 등 소재 39개 병원과 장례식장에 분산돼 안치됐다. ‘이태원 사고 관련 사망자 병원별 안치 현황’에 따르면 일산동국대병원 20명, 평택제일장례식장 7명, 성빈센트병원 7명 순천향대서울병원 6명 삼육서울병원 6명, 보라매병원 6명 등이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사건과 관련해 다음 달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치유지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오는 31일부터 서울광장과 이태원 광장에 각각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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