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죄책감 시달릴 청년들이여 힘을 내라

2022. 10. 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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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벼락 같았던 한밤의 참사
누구라도 당할 수 있었던 일
질책하고 비난하기 앞서
숨진 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악몽 겪은 청년들에게 위로를
지난밤, 날벼락처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를 두고 오가는 말들이 칼날같이 날카롭고 위태롭다. 누군가는 외래 문화에 열광한 젊은이들의 한심함을 탓하고, 청년들의 안전불감증에 따른 결과라며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회적인 재난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태도는 깊은 애도여야 하고, 여전히 아픔과 충격,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이들을 보호하고 위로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참사를 기화로, 청년들의 문화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혐오나 불만을 표출하는 일에는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적지 않은 이들이 우리 문화도 아닌 서구 문화인 핼러윈에 대한 관심을 한심하다면서 폄하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즐기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라고 해서, 타인에 대한 비극 앞에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참사를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10·20대 청년들이다. 핼러윈 문화는 기성세대에게는 낯설고 이상한 문화일 수 있지만, 이미 10~2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퍼지기 시작해 청년들에게는 익숙한 것이 됐다. 청년들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저마다 좋아하는 분장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 사탕을 주고받은 기억을 꿈처럼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청년들이 핼러윈 축제를 즐기는 건 낯선 문화에 경도된 이상한 일이 아니라,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처럼 자연스럽게 좋아해왔던 일이다.

문화란 본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전 세계적으로 문화 교류가 활발한 시기에는, 우리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 전파되는 일도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BTS나 싸이, '오징어게임'이 해외에 전파될 때 많은 사람이 얼마나 신기해하고 뿌듯하게 생각했는가. 반대로, 서구 문화라는 것만으로는 즐기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문화의 본질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 없는 낯선 문화와 축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 마냥 남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월드컵 거리응원이나 여의도 불꽃축제, 명동의 크리스마스 문화나 그 밖의 종교적, 정치적 집회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일들은 누구나 경험해봤을 법하다. 이번 참사의 문제는 뚜렷한 주최 측이 없었고, 충분한 현장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한 자발적인 길거리 축제였으며, 좁은 골목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나 자신이나 가까운 지인, 가족이 당사자가 되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누구든 타인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무턱대고 비난하고 폄하할 수 없다. 우리는 결국 한 사회에서 다 같이 살아가는, 저마다 취향이 있고, 즐거워하는 일이 있으며, 각자 다른 경험을 가진 채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다.

나부터도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전히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많은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 축제를 즐기러 나선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라고, 그런 상황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잘못이 아니라고 말이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더 이상 2차적인 가해나 피해가 일어나지 않게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잘 돌보았으면 한다. 타인의 아픔이 자극적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행정적으로도 이러한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끔, 인파가 극도로 몰리는 경우 더 주의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서로에게 칼을 겨누기보다는, 모포를 덮어주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그곳에 있던 건 나의 동생이나 친구였고 자식들이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또 다른 축제였을 뿐이다. 우리가 타인을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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