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덮친 킹달러…외화 평가손실 잇따라
외화 평가손실 수백억
원달러 고정계약 했는데
원화값 급락에 이익 줄어
관련공시 올 9건, 작년 0건
"확정 손실은 아냐" 지적도
외화 손실은 자본금 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사를 넘어 대기업까지 확장되고 있는 모양새다. 손실이 확정되면 기업의 순이익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기업은 투자 분석에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IG넥스원과 현대일렉트릭은 각각 274억원과 396억원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손실은 통화선도거래로 인해 발생했다.
통화선도거래란 특정 통화를 미래의 일정한 시점에 일정 가격으로 매수하거나 매도하겠다는 계약을 뜻한다.
외화로 받는 수출 대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상품 판매 계약을 맺는 시점과 판매 대금이 입금되는 시점 사이 환율 변동을 헤지하기 위해 이 같은 계약을 체결한다. 제품 판매 계약을 맺는 시점의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었는데, 대금이 납입되는 시점의 환율이 달러당 900원으로 떨어져 매출도 함께 10% 감소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대일렉트릭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상반기 말 기준 1달러를 1247원에 거래할 수 있는 통화선도거래를 1억8964만달러 규모로 체결했다. 해당 상품의 만기 일자는 다음달 1일이다. 지난 28일 기준 달러당 원화값은 1424.5원이다.
1424.5원의 가치가 있는 1달러짜리 제품을 1247원에 받게 생겼으니 그만큼 기회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달러당 원화값이 떨어질수록 손실은 더욱 커진다. 지난 1분기 달러당 원화값은 1100원대 후반~1200원대 초반이었지만 9월 이후 달러당 원화 가치는 1300원대 후반으로 급락했다.
올해 들어 달러당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파생상품 관련 손실 공시가 급증했다. 올해 들어 이달 28일까지 관련 공시는 9개, 손실 총합은 174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공시가 하나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10월 이후로는 자본금 규모가 5000억원 이상으로 큰 현대일렉트릭과 LIG넥스원이 관련 공시를 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외화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더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한국거래소 공시 규정에 따르면 파생상품 거래로 인해 자기자본의 100분의 5 이상 손실 또는 이익이 발생한 경우 공시를 하도록 돼 있다. 대규모 법인(최근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은 이 기준이 2.5% 이상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자기자본 대비 6.12%, LIG넥스원은 3.58% 이상의 누적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번에 공시를 하게 됐다.
기업들이 공시하는 파생상품 거래손익은 '평가손익'과 '거래손익'으로 나뉜다. 평가손익은 아직 선도계약 만기가 다가오지 않아 장부상으로만 발생하는 손실이지만, 거래손익은 실제 자금의 유출이 일어나 현금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일렉트릭처럼 파생상품 계약 기간이 만료돼 손실이 확정되면 이는 영업이익에서 차감돼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키며 나아가 현금흐름에도 악영향을 준다. 당기순이익은 배당의 원천이기도 해 주주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평가상으로만 존재하는 손실이더라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 상품에 대한 가치가 줄어드는 것이므로 재무구조에도 긍정적인 소식이 아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대학 교수는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이 평가상 손실이라면 당장 기업에서 현금으로 빠져나가는 건 아니다"면서도 "손실이 확정되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들이 경우에 따라 어느 정도 규모의 외화 선도계약이 언제 만료되는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기도 해 투자자들에게는 관련 손실이 '지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LIG넥스원의 통화선도계약 규모와 만기일은 현대일렉트릭과 달리 반기보고서상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정 교수는 이어 "영업이익에서 평가손실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 기업에 대해서는 신중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일렉트릭의 올해 1~3분기 파생상품 손실 규모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인 818억원의 48%에 달했으며, LIG넥스원의 손실 규모도 영업이익 대비 17%를 차지했다. 같은 날 파생상품 손실 공시를 한 코스닥 상장사 테크윙도 손실 규모가 영업이익의 48%였다.
다만 수출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주 상태가 양호하다면 당장 평가손실이 크더라도 1~2년 뒤 발생할 환율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한 기업들은 거꾸로 말하면 외환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공시한 한 상장사 관계자는 "당장은 달러당 원화값 하락으로 인해 관련 손실이 커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1~2년 뒤 매출액 상승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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