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SNS로 실시간 공유된 참사 현장…전국민 트라우마 우려
"광범위한 정신적 충격 있을 것…비난 멈추고 '애도의 시간' 필요"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핼러윈을 앞둔 29일 밤 이태원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의 현장의 영상·사진이 소셜미디어(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여과 없이 전파되면서 희생자·유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의 트라우마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고 직후부터 밤사이 SNS 등에는 사고 현장에서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흘러넘쳤다. 구급요원들이 집단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영상이라든가, 심지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시신들이 바닥에 눕혀져있는 충격적인 사진들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대규모 압사 사고인데다 특히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대유행 등 국가적 재난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SNS라는 새로운 수단을 통해 현장 모습이 시시각각 전해지면서 국민의 충격을 더욱 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디어 사용을 줄이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정찬승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무섭고 두려워하면서도 찾아보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라며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계속해서 미디어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접할 경우 현장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지면서 목격자 못지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미 필요한 객관적인 정보는 다 접했을 것이다. 이제는 미디어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현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대한트라우마협회 회장) 역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조용한 애도의 시간"이라며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곳에서 너무도 큰 사고가 났기 때문에 모두가 마음에 안정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적나라한 사고 현장이 공개된 데 대해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현장에 있던 사람뿐 아니라 현장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은 사람이나 심지어 자원봉사자들도 트라우마를 겪는 사례가 많다"며 "광범위한 정신적인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20대 전후의 젊은이들이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즐기던 와중 일어났다.
그동안 사회활동이 제약되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됐던 청년층이 안타까운 사고의 희생자가 됐다는 점에서 비난이나 혐오의 목소리는 더욱 자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장소나 시기의 특성상 대부분 혼자 이태원에 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 목격자의 죄책감이 굉장히 클 것"이라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던 사고인 만큼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들이 비난과 혐오로 이 사고를 대하기보다는 서로를 위로하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대응하도록 그 방법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소식을 접한 이후 불안과 우울감이 커지고 잠을 잘 수 없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경우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주변에서도 치료를 받을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지지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포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제를 권고했다.
복지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국가트라우마센터 내에 '이태원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 유가족과 부상자·목격자 등 1천여명에 대해 심리지원을 하기로 했다.
일단 부상자 입원 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심리지원을 알리고 병원, 분향소 등을 방문해 현장 심리지원도 한다. 지원단은 100명으로 꾸려져 인력 1명이 10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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