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있었던 의사의 한탄 "빨리 알려줬더라면 1명이라도 더 살렸을텐데…"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조금만 더 빨리 의료진을 찾았더라면 1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핼러윈을 맞아 동기 4명과 이태원을 찾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외과 레지던트 3년차 A씨는 전날 '이태원 참사'의 급박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이렇게 답했다.
A씨는 "술집에서 의료진을 찾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며 "어떤 사고인지,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누가 알려만 줬어도 얼른 나가 심폐소생술(CPR)을 해 1명이라도 더 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술집 직원들은 현장의 인명피해를 줄이고자 통제를 위해 출입구를 막아서기만 했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속 일반인이 CPR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상황을 파악해 A씨와 동기들은 인파를 뿌리치고 구조에 나설 수 있었다.
A씨는 "조금만 더 빨리 의료진을 찾았더라면 1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119 구급대원들이 심박수를 체크해봤는데 심장무수축인 피해자가 많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256명의 사상자가 한꺼번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사상자를 줄일 수 있는 대책으로 일반인들의 적극적인 CPR 교육과 인식 개선을 꼬집었다.
◇비상상황시 의료진 '먼저' 시민 인식 개선…정확한 CPR 교육 필요
30일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사상자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비상상황시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의사인 B씨는 "비행기에서도 응급환자 발생 시 첫번째 매뉴얼(지침)이 기내에서 의료진을 찾는 것부터다"며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인식이 부족했기에 많은 사상자가 나온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많은 시민들이 구조를 위해 나섰지만 정확한 CPR 방법을 인지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꼽았다.
의사 B씨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는 재난상황에서 소방대원이 부족한건 당연하다"며 "주변 일반인들이 더 정확한 CPR 방법을 알았더라면 몇몇 심정지 환자를 더 구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을 봐도 반응이 없고, 호흡이 없으면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하는데 몇몇은 반응만 살피고 있다"며 "Bystander CPR이라고 하며, 사건 현장 옆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빨리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는가가 생존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일반인들이 직접 할 줄 알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CPR에 대해서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왔기에 이번 사고에서도 많은 일반인들이 구조에 나선 점은 매우 고무적으로 본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특히 학생들 위주로 보다 더 체계적인 CPR 교육이 필요하고 또 일반인 상대로 재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응급상황 의료법 개정 필요…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증 일반인 소지 시 '면책'
재난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의료진과 시민들의 구조 작업에 있어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진과 시민들이 선의의 구조활동을 펼쳐도 만약 환자가 그 과정에서 다치게 되면 되레 피해가 올까 두려워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르면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 또는 업무 수행 중이 아닌 응급의료종사가 선의로 제공한 응급의료 등으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하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응급상황시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부분이 적극적인 선의의 의료행동에 나서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정 교수는 "안타까운 재난 상황에서 혹여나 내가 책임을 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섣불리 구조활동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 더 안타깝다"며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면 발급받는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증'을 소지한 일반인의 경우 CPR시 면책 범위를 광범위하게 하는 등 법 개정의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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