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에 낀 사람들 힘껏 당겼지만 꿈쩍도 안 해"... 목격자들이 전한 참사 현장

나주예 2022. 10. 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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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팔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했어요."

사고 현장 인근의 클럽 직원 A씨는 "직원들이 다 같이 앞쪽에 낀 사람들을 빼내려고 힘껏 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며 "다들 숨이 막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팔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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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시민들, 구조 안간힘 썼지만 속수무책
"탈진 아이들 입에 물 적셔줬지만 축축 처져"
오후 10시부터 곳곳 싸움·언성... 사고 조짐
한쪽선 심폐소생술... 다른 곳은 '떼창' 축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과 소방 119구조대원, 시민들까지 의식 잃은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사람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팔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했어요."

음악과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던 서울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현장은 순식간에 '살려달라'는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29일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를 목격한 이들은 해밀톤호텔 인근의 폭 3m의 좁은 골목이 순식간에 '구하려는' 사람과 '살려달라'는 사람이 뒤섞인 채 아비규환이 됐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골목에 압사 상태로 놓인 시민들을 구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사고 현장 인근의 클럽 직원 A씨는 "직원들이 다 같이 앞쪽에 낀 사람들을 빼내려고 힘껏 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며 "다들 숨이 막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팔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경사로 상가의 상인 남인석(80)씨는 "탈진 상태인 아이들에게 물을 가져다가 입을 적셔줬는데 그때만 해도 살아 있었다"며 "그런데 하나둘씩 실려 나갈 땐 다들 축축 처져 의식이 없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시민들이 119구조대원들과 함께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초 신고가 들어온 시각은 29일 오후 10시 15분쯤이다. 곧이어 소방종합방재센터에 "사람 10여 명이 깔렸다"는 119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소방당국은 곧바로 해밀톤호텔에서 2㎞가량 떨어진 용산소방서 구조대를 현장에 긴급 투입하고 구급차량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이태원에 몰린 인파가 10만여 명에 달해 구급차의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

압사 상태가 이어지자 사상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사고 당시 현장 앞 인도에 있었던 금하경(25)씨는 "사람이 쌓인 게 열 겹은 돼 보였다"며 "아래에 깔린 사람들은 피가 통하지 않은 것처럼 얼굴이 까맣고 이미 숨이 끊어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영상.

사상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구조대 옆에서 일부 시민들은 사고가 발생한 것을 모르는 듯 단체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 중에는 일부 시민들이 사이렌이 울리는 구급차 옆에서 '떼창'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는 구급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고 동영상 촬영을 하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모습도 보였다.

일각에선 무질서하게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 때문에 부상자들이 신속하게 구조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상인 B씨는 "구급차 사이렌을 클럽 조명 삼아 춤을 추는 해괴한 광경이었다"며 "부상자들이 골목에서 하나둘 실려 나오는데도 도로에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고 설명했다.

목격자들은 인파가 절정에 달했던 오후 10시부터 곳곳에서 '밀지 마라'라는 소리가 들렸으며, 밀치는 사람들 사이에 싸움이 번지면서 '사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강모(25)씨는 "언성을 높이며 '왜 미느냐'고 싸우는가 하면, 옷이나 물건이 떨어지면 찾지 못할 정도로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조수아(23)씨 또한 "체격이 작거나 키가 작은 여성들은 바닥에 발도 닿지 못하고 인파에 휩쓸려 '둥둥 떠서 이동했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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