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文정부 사외이사 반대로 막히다니
국내 첫 경수로형 원자력발전의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8일 이사회 안건으로 '고리 원전본부 용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을 상정하려 했다가 보류했다. 지역주민의 반발과 건설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일부 사외이사가 반대하자 안건 상정을 미룬 것이다. 고리원전의 핵폐기물 저장시설 포화율은 이미 85%를 넘었다. 새로 짓지 않으면 2031년엔 완전 포화돼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저장시설 건설을 막는 것은 무책임하다.
핵폐기물 처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1978년 국내 첫 원전을 가동한 이후 40여 년이 지났지만 방폐장 건설 용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 반발이 크다 보니 모든 정부가 책임을 회피했던 탓이다. 어쩔 수 없이 원전별로 임시 저장시설을 만들어 보관해왔는데 이마저도 2030년 이후에는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고리원전뿐 아니라 한빛원전과 한울원전도 각각 2031년과 2032년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용지 선정 절차에 착수한 후 37년 이내에 시설을 마련하도록 돼 있다. 올해 용지를 선정해도 2060년 이후에야 영구처분시설을 가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때까지는 원전별로 핵폐기물을 보관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도 현재 건식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저장시설 건설을 무작정 반대만 할 수 없는 이유다.
방폐물 저장시설을 짓지 못하면 원전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이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면서 방폐물 처분장 확보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전력 생산의 30%를 맡고 있는 원전을 안정적으로 가동하려면 우리도 핵폐기물 저장시설과 방폐장 건설을 미뤄선 안 된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더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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