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시진핑의 중국몽은 중국인들의 꿈일까

김기철 2022. 10. 30. 17: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오처럼 절대권력 손에 쥔 習
현대판 홍위병 앞세워 제2문혁
공포로 성장·권력 둘다 못잡아
중국몽의 장애물은 중국 내부
중국 대륙을 황폐화시킨 문화대혁명의 엔진은 '홍위병'이었고 연료는 '공포'였다. 마오쩌둥에게 저항했다가는 홍위병들에게 어떤 치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런 공포를 다시 한번 목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황제 대관식'이었던 제20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앉아 있던 리커창 총리의 얼굴에 공포가 비쳤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비참하게 퇴장하면서 리 총리 어깨에 손을 올렸으나 리 총리는 그를 배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어색한 웃음만 띠었다. 본인을 발탁했던 정치적 아버지가 공개적인 모욕을 당하고 있는데도 국가 권력 서열 2위인 총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인민대회당을 가득 채운 공포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예술노동자로서 아주 성실하게 총서기의 요구를 연구했다"며 시 주석을 향한 충성맹세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 장쯔이 같은 영화인들의 행보에서도 '공포'가 엿보인다. 더타임스는 "'와호장룡'의 스타 장쯔이가 공산당 치어리더로서 시진핑의 복음을 퍼 나르고 있다"고 비꼬았다.

마오쩌둥에게 홍위병이 있었다면 시 주석에는 펀칭(憤靑)과 쯔간우(自乾五) 같은 애국주의로 무장한 청년세대가 있다. 이들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의 애국주의를 선동하고 반중정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응징한다. 소위 '쯔위 사건'이 대표적인 행태다. 대만 출신 아이돌 가수인 쯔위가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드는 모습이 나오자 이들은 방송국과 소속사로 몰려가 공격을 감행했고 결국 쯔위 본인과 소속사가 아무 잘못도 없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6년 일어난 이 사건 이후 펀칭과 쯔간우는 세력을 더욱 키웠고 더 과격해졌다. 그들은 시 주석이 들어올린 '중국몽'이라는 횃불을 따라 대장정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을 '제2의 문화대혁명'으로 이끌까. '공포'를 일으킬 수 있는 절대권력과 펀칭·쯔간우라는 '홍위병'까지 거느리게 됐으니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쉬즈위안은 "중국 정권의 본질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으며, 단지 일시적으로, 힘의 부족 때문에, 비교적 온화한 표정을 내비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성장을 통해 힘을 축적한 이상 일인 장기 독재를 위한 제2 문화대혁명의 깃발을 들 것이 분명하다는 얘기다.

공포와 추종세력으로 권력이 유지될 수는 있다. 하지만 공포와 추종세력만으로 성장과 권력을 동시에 유지할 수는 없다. 이는 단명 왕조로 끝난 진나라 시황제 이래로 중국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문화대혁명으로 폐허가 됐던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뤘다. 개혁개방은 다름 아니라 미국 중심의 세계 시장에 중국 경제를 편입시킨다는 의미였다. 따라서 시 주석이 경제 성장을 통해 중국의 힘을 키우면서 제2의 문화대혁명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중국 인민들은 마오 시대와 달리 이미 자유세계의 맛을 봐버렸다.

중국의 대표 작가 위화는 자신이 소설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 문화대혁명 덕분이라고 했다. 마오쩌둥 선집, 마오쩌둥 어록 외 대부분의 책들이 금서로 묶였던 당시 위화는 금서를 몰래 구해 친구들과 돌려봤다. 하도 여러 사람이 돌려봐서 대부분 책의 앞쪽과 뒤쪽이 뜯겨나간 상태였다. 결말이 없는 이야기를 읽은 것이다. 위화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스스로 이야기의 결말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 이야기의 결말을 지어냈다." 위화처럼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꾼다. 중국인들 각자 꾸는 꿈이 시 주석이 꾸는 '중국몽'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중국몽의 가장 큰 장애물은 중국 밖이 아닌 안에 있을 수도 있다.

[김기철 콘텐츠기획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