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한테 하나밖에 없는 조카였는데…" 눈물 삼킨 유족들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장례식장 모습. 이 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14명의 피해자 시신이 안치됐으며, 인근 일산병원과 장항동 일산장례식장에도 3구씩이 안치됐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부근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과 편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는 이번 참사로 숨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누님한테 정말 잘하던 하나밖에 없는 조카였어요. 왜 하필 거길 가서…."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 동국대병원 장례식장 밖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떨구던 유족을 연합뉴스가 만났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조카 B씨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개인위생에 철저했고, 친구들 모임에도 잘 안 갔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을 맞아 조카와 조카의 여자 친구, 또 다른 친구들과 모처럼 어제 이태원을 간 것 같다"면서 "새벽에 조카 친구들이 누나 집에 와 B씨와 연락이 안 돼 새벽까지 찾다, 못 찾아 집으로 찾아오게 됐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날 이른 새벽부터 불길함 속에 TV로 이태원 참사 뉴스를 보고 있던 A씨는 오전 10시가 넘어 경찰로부터 조카가 있는 병원을 확인한 뒤 곧바로 이곳에 도착했다. A씨는 "상황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조카의 여자친구도 혼수상태였다가 지금 간신히 병원에서 깨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조카만 의지하고 살던 누나도 그렇고,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린 우리 조카가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말을 이었다.

또 다른 유족 C씨의 사연도 있었다. C씨는 숨진 여동생의 옷가지를 담은 비닐을 들고 안치실을 나오면서 눈물을 흘렸다. 어렵게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그는 "숨진 여동생의 상황이 믿기질 않는다"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C씨는 "동생이 어제 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간다고 며칠전 부터 집에다 얘기해 가족 모두 알고 있었다"면서 "밤늦은 시간 뉴스를 접하고 동생에게 전화했는데 연결이 안 돼 새벽 1시부터 현장을 뒤지고 뒤졌다. 이날 새벽 5시까지 동생과 연결이 안 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이날 새벽 6시께 "경찰로부터 여동생이 동국대병원 장례식장에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았다. C씨는 "동생이 몇 시간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상황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우리 동생 너무 착하고 착한 동생인데 어떻게 세상이 이럴 수 있냐. 매일 보던 동생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오전 9시 기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치는 등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