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감산 두고 정반대 입장…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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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에 대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대응이 정반대여서 주목된다.
박정호 부회장이 이끄는 에스케이하이닉스 입장에선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매출이 꺾이는 상황에서 생산과 투자를 줄여 수익률을 유지해 주가 하락에 방어막을 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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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적자 우려에 반도체 가격 변화에 민감
“시장 수요가 현시점에서 위축된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수급 균형을 위한 인위적인 감산은 고려하지 않는다.”(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
“전체 시장의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수익성이 낮은 제품들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을 재검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감산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노종원 에스케이(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에 대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대응이 정반대여서 주목된다.
30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나온 두 회사 경영진 발언을 보면,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기존 투자와 생산 계획을 유지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반면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시황 악화에 직면했다”며 시설투자(CAPEX)를 50% 이상 낮추고, 생산도 크게 줄일 계획이다.
두 회사의 대조적인 대응은 시황 전망은 물론 회사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는 “현 시점에서 시장 수요가 위축된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언제가 다가올 ‘호황기’를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예고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덕분에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1년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보유액이 124조원에 달한다.
더욱이 지난해 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으로 취임한 경계현 사장은 당장의 성과보다 장기 성과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우 에스케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로서는 디램 분야에서 격차를 벌리거나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에서 뒤처진 격차를 좁힐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4분기에 적자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영업적자가 1869억원(케이비(KB)증권)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규모는 줄어도 흑자를 유지하는 삼성전자와 처지가 다르다. 지난해 90억달러(약 11조원)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실적도 좋지 않다. 더욱이 디(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익이 대부분인 데다 매출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 충격이 삼성전자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에스케이그룹은 최고경영자 성과평가(KPI)에서 주가가 사실상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박정호 부회장이 이끄는 에스케이하이닉스 입장에선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매출이 꺾이는 상황에서 생산과 투자를 줄여 수익률을 유지해 주가 하락에 방어막을 치는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분석가는 “마이크론과 인텔 등 외국 반도체 기업들도 에스케이하이닉스처럼 생산과 투자를 줄일 계획”이라며 “이는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전문경영인이 자신의 임기 내 실적을 최대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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