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라 딸이 식당 예약도 해줬는데" [이태원 핼러윈 참사]
"아빠 생일에 딸 참변” “입대 1주 앞두고 같이 온 여자친구 숨져”
“한국인 남친, 생일맞아 이태원 갔다가 실종”...해외서도 발동동
“딸이 아빠 생일이라고 식당 예약도 해줘서 어제 다녀왔는데….”
김씨는 “내가 최근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주말에만 딸을 볼 수 있었다. 압사로 사망한다는 게 내가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낮은 확률인데….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김씨는 “그래도 딸이 좋아하는 남자친구랑 같이 가서 저 세상에 갈 때 외롭지 않겠…”이라고 말을 끝맺지 못한 채 오열했다. 이내 눈물을 삼킨 김씨는 “‘이제 어떻게 사나, 앞으로 참 살기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허공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안타까운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망자 시신이 옮겨진 각 장례식장에선 시신을 확인한 가족의 곡소리로 가득했고, 유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흐느꼈다.
A씨와 함께 이태원을 찾은 그의 남자친구 B씨 역시 황망한 심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자신의 군 입대를 한 주 남기고 여자친구와 이태원을 찾았다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이별을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A씨와 B씨 모두 사고 당시 인파에 파묻혔다가 구조됐는데, A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B씨는 “1시간 가까이 CPR를 하다가 여자친구가 정신이 든 것 같아서 제세동기를 들고 다니는 구급대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여자친구 상태를 살피더니 가망이 없다고, 그만하라고…”라며 고개를 떨궜다. 이후 A씨의 코트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로 A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 소식을 알렸다고 한다.
B씨는 당시 구급대원에 A씨 신원을 확인해주고 추후 연락을 달라며 A씨 어머니 연락처를 시신 옆에 뒀으나, 오전 5시30분이 되도록 B씨와 A씨 가족은 연락 한통 받지 못했다고 했다. A씨 어머니는 “이태원으로 갔을 때 유가족이라고 해도 못 들어가게 하더라. 뉴스 보니 여기 체육관으로 옮겨진다고 해서 와봤는데 여기서도 정보 공유가 전혀 안 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파레스씨의 남자친구 C씨는 29일 24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절친한 친구 두 명과 이태원을 찾았다. 파레스씨는 이태원에서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전 소식이 끊겼고, 연락이 끊긴 후 1시간쯤 지나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C씨와 함께 있던 친구가 C씨와 또 다른 친구를 잃어버렸다고 파레스씨에게 말했다. 파레스씨는 미국에서 이태원 상황을 틱톡 실시간 영상으로 보고 있다가 C씨에게 계속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응답이 없는 상태다.
한국에 거주 중인 일본인도 악몽 같은 참사 당시를 전했다. 스기오카 나쓰(杉岡夏·24·여)씨는 아사히신문에 “(사고 발생 2시간 전쯤) 사고 현장을 지나며 사람들이 큰 소리의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걸 봤다”며 “그 사람들이 사고에 휘말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주변에서 휴대전화로 유튜브 생중계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런 무리에 섞이고 싶지 않아 빨리 사고 현장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희진·조희연 기자, 워싱턴·도쿄=박영준·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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