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이 밀면 5t인 셈"…'이태원 참사' 女 사망자 많은 이유

최아영 2022. 10. 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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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태원 앞사 참사'를 두고 전문가들은 경사진 골목에서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고 약한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10만명 넘게 몰린 인파에 '심정지 골든타임 4분'을 지키기는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30일 SBS와 인터뷰에서 "인파만으로 큰 피해가 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경사가 사고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한 사람을 50kg 정도로 보고 100명이 있으면 5000kg다. 여기서 한 사람이 무너지게 되면 도미노처럼 계속 무너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5t이 밀려온다고 했을 경우 마지막 사람이 밀리지 않으면 중간에 약한 사람들이(피해를 입는다). 이번에 어린이나 여성들이 피해가 났지 않았느냐. 여성 등 약한 사람들이 압사되고 또 키가 작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요건 속에 악화되는 상황이었다"며 "무너지기 시작하면 관성이 붙기 때문에 넘어지는 순간 연속적으로 받치지 않는 한 계속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많은 사망자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데 대해서는 "지금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압사해서 심정지 상태에서 다시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굉장히 힘이 들어간다"며 "교대하는 과정에서 완벽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 연쇄적인 사람의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완쾌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앞으로도 또 추가로 인명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도 같은날 오전 YTN 굿모닝와이티엔에 출연해 "사고가 발생한 지점인 해밀턴호텔 옆에 있는 골목길에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인원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한 분이 넘어졌고, 사람들이 계속 차곡차곡 넘어지면서 쌓이는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부근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과 편지가 놓여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염 교수는 "하필 비탈길 내리막길이었고 뒤에서 사람들이 밀려 넘어지면서 쌓여서 압박할 수밖에 없었고 자기 힘으로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밑에 있는 분은 엄청난 무게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방당국이 신고를 받고 빨리 출동하려고 했지만 이태원 근처 도로 상황도 마비가 됐었다. 그러다 보니 소방에서는 재난 3단계, 대응 3단계까지 올려서 출동했고 그다음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려고 했지만 그런 부분에서 지체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며 "현장에서 많은 시민들이 구조대원 역할을 하셨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압사당하게 되면 쇼크가 오게 되고 숨을 쉴 수 없는 심정지 상태가 된다. 심정지가 되면 온몸에 피가 안 돌고 심지어 뇌혈관에도 혈액 공급이 정지되는 상태가 된다"며 "의료계에서도 골든타임을 4분으로 잡고 있다. 4분 내에 심장박동이 돌아오게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노력하셨고 또 소방대원들도 같이 노력했지만 안타깝게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한 귀책사유를 누군가에게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인파가 몰리며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오후 1시 기준 사망자는 151명, 부상자는 103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 97명은 여성, 54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 폭 4m 정도의 좁은 길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뒤엉켜 상대적으로 버티는 힘이 약하고 체격이 작은 여성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사망자는 19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사망자 국적은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등으로 확인됐다. 미국·일본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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