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대 수백명, 비좁은 골목서 우르르 넘어져 [이태원 핼러윈 참사]
핼러윈을 이틀 앞둔 29일 낮부터 축제 열기로 한껏 들떴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도로는 오후 10시쯤부터 아비규환이 됐다.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 이후 환자와 시민, 소방관,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이후 소방당국은 오후 10시43분 소방대응 1단계, 오후 11시 43분 2단계를 거쳐 오후 11시50분에는 소방대응 최고단계인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 6개 시·도소방본부 119구급차 142대 투입을 지시했다. 서울소방본부에는 구급차 52대와 함께 전 구급대원 출동을 요청했다. 타 지역에서 동원된 구급차는 90대로 경기소방본부 50대, 인천·충남·충북·강원소방본부 각 10대씩이다.
시민들과 구조대원이 도착한 뒤로도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A씨는 “기절한 사람도 있고, 자기부터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며 “밑에 깔린 사람부터 빼내려고 했는데, 위에서 누르는 무게 때문에 빼낼 수가 없어서 가장 위에 있는 사람부터 구출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했다.
20대 남성 이모씨는 “깔렸을 때 압박감이 너무 심해서 ‘정말 죽겠구나’ 싶었다. 너무 놀라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온 힘을 다해서 겨우 빠져 나왔다. 내가 체격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골목길 가운데 부근이 아니라 위쪽에 있어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B씨도 “기절한 사람이 많았다. 힘들어서 처져있는 줄 알았는데 입에 거품을 물고 있더라”고 전했다. B씨는 특히 골목길 가운데 쪽에 있던 사람들 중 부상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골목길 끝쪽에 있던 시민들은 턱 위로 올라가거나 벽을 붙잡고 버티기도 했는데, 가운데에 있던 시민들은 발들이 뒤엉킨 채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는 것.
이번 사고 이전에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증언도 있다. 20대 여성 하모씨는 “오후 9시쯤 이태원역에 도착해서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내려와서 뒷걸음질로 내려갔었다. 그때도 사고가 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골목이 너무 좁으니까 펜스로 올라가는 경로와 내려가는 경로를 구분해놨으면 더 안전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하나 둘 구출되면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심폐소생술(CPR)이 이어졌다. 소방관과 경찰 뿐 아니라 환자의 친구와 시민들까지 나서서 멎은 숨을 돌아오게 하려 가슴에 CPR를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안간힘을 쏟았다.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하거나 도로에서 수십명이 CPR를 받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하늘색 모포나 옷가지 등이 얼굴까지 덮인 사람들을 보며 시민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친구나 일행으로보이는 환자의 손을 붙들고 울부짖었다. 얼굴이 가려져 이미 숨이 멎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떠나지 못하고 머리를 쓸어넘기고 손을 붙잡는 이도 있었다.
인파를 뚫고 현장에 가까스로 도착한 구급차는 응급 환자를 부리나케 싣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구조대원들이 위급한 환자를 먼저 옮기느라 일부 환자는 인도에 앉아 병원 이송을 기다려야 했다.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은 이태원로 인근에서 소리를 지르며 지휘봉으로 시민들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인파가 너무 몰려 한동안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 사고 현장 인근 통행을 막으려는 경찰과 지나가려는 사람들 간에 고성이 오가다 몸싸움 직전까지 번지며 험악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주변 상인들은 이날 낮부터 사람이 몰리기 시작해 밤이 되면서 적어도 수만 명의 인파가 좁은 이태원 일대 도로를 메웠다고 했다. 경찰은 30일 오전 1시부터 참사 현장 주변의 술집, 음식점의 영업을 종료시켰다. 오전 1시30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경찰이 인파가 몰린 곳에 가서 귀가 안내 방송을 하기도 했다. 구조대원들은 오전 3시가 가까운 시각까지 수색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조희연·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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