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나라' 되지만 'REVOLUTION' 안 된다…인지도·오용 가능성 관건

정희영 2022. 10. 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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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경리나라 상표 정식 등록
'중고나라'도 심판원서 상표 인정
흔히 사용되는 상표는 거절 위험
"간단한 단어, 독점 사용 어려워"

상표 등록은 사업을 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그러나 흔히 사용되는 단어를 상표로 사용하거나 보통명사를 조합하는 경우에는 독점적 사용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특허청과 특허심판원의 판단을 분석한 결과 흔한 단어의 조합이라도 일반 소비자에게 충분히 인지도가 쌓였다면 상표가 성공적으로 등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주식회사 웹케시가 출원한 ERP 프로그램 '경리나라' 상표가 정식 등록 됐다. 지난 2020년 특허청은 경리나라라 상표 등록에 대해 등록거절 결정했으나, 웹케시가 이에 불복해 낸 거절결정불복 심판 사건에서 특허심판원이 웹케시 측 손을 들어주며 최종 상표 등록까지 이르게 됐다.

처음 특허청에서 등록을 거절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경리나라라는 단어가 업무를 나타내는 '경리', 그리고 서비스 제공장소로서 '나라'의 결합으로 서비스 내용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표현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웹케시가 ‘경리나라’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해 오며 사람들이 다르게 인지할 만한 식별력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허심판원도 '경리나라'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는 식별력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인지도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2017년 프로그램이 출시된 이후 가입한 사업자의 수만 3만7700곳에 달하며, 공중파 방송과 신문 지면상에 소개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미 소비자들에게 '경리나라'라는 상표가 충분히 웹케시의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지됐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맡은 서무원 한강특허법인 변리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소비자들이 의미를 직감할 수 있는 흔한 표현을 상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오히려 상표권 확보가 어려울 수 있고, 상표 확보에 실패할 경우 유사 브랜드가 난립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 내용을 나타내는 흔한 표현이라도 홍보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지가 됐다면 상표권 확보가 가능하다. 시장에서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브랜드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고나라' 역시 비슷한 사례다. 2019년 특허청은 중고나라 상표 등록을 거절했으나, 특허심판원은 2020년 11월 거절 결정을 취소하고 특허청이 다시 심사해야한다고 판단했다. 회원 수가 1850만명에 달하고,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상표를 꾸준히 사용자들에게 노출시킨 점 등이 고려됐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나 이들의 결합이 인정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지난 1월 특허심판원은 우아한형제들이 ‘비마트’와 ‘B마트’의 상표등록거절결정에 반발해 낸 거절결정불복 심판 사건을 기각 심결했다.

심판원은 '비마트'와 'B마트' 모두 문자 'B'와 마트가 결합했을 뿐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또 'A마트'처럼 불특정 서비스업 주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넷마블이 자사 게임 뒤에 붙인 'REVOLUTION'도 하나의 상표로 인정받지 못했다. 상표 자체가 혁명, 혁신 등 의미를 갖고 있어 온라인 게임서비스에만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미 다른 게임에서도 다수 사용되고 있어 다른 상표들의 식별력을 낮출 수 있는 위험도 있다고 판단했다.

특허청은 개인이나 소상공인의 경우 특히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상표 등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목성호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선 상표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사업이 잘 되기 시작하면 제3자들이 언제든 상표를 선점하려 출원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단하게 사업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는 그만큼 독점적 사용이 인정되기 어려운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상표 등록이 되더라도 다른 사업자들이 쓸 때 이를 제지하지 않으면 보통명칭화 될 수도 있다.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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