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은 오늘이 마지막”…이란혁명수비대, 반정부 시위 강경진압 예고
이란의 이슬람 신정체제 수호 유지 군조직인 혁명수비대(IRGC)가 29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에 강경 진압을 예고했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혐의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가, 이슬람 신정체제 폐지 요구까지 거세지자 경고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IRGC 총사령관은 이날 남서부 성소도시 쉬라즈에서 열린 이슬람사원(모스크) 테러 희생자 장례식에서 “거리로 나오지 말라. 폭동은 오늘이 마지막이다”라고 말했다.
살라미 사령관의 경고에도 이날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이란 보안군이 진압에 나섰다. 노르웨이의 쿠르드족 인권 침해 감시단체 헹가우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은 아미니의 고향인 사케즈의 한 여학교 학생들과 쿠르디스탄주 주도 사난다지에 위치한 쿠르드 의대 학생들을 향해 발포했다. 학생 중 한 명은 머리에 총을 맞았다. 인권단체들은 현재까지 최소 250명이 시위 도중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IRGC는 아직까지 시위 진압에 투입되지 않았다. 이들이 투입될 경우 진압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IRGC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슬람 공화국을 수호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으로, 대통령을 거치지 않고 최고지도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최고 정예부대다.
살라미 총사령관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등 이란에 적대적인 세력들이 이번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미국에 당신의 명예를 팔지 말고 당신을 옹호하는 보안군의 뺨을 때리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당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진 않지만 미디어를 통해 정부에 맞서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란 정부는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이라크 아르빌에서 쿠르드 지역 지도자들을 만나 반정부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다음주 유엔 회의에서 이란 정부의 시위 탄압을 의제로 올리고,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앞서 전날 이란 정부에 “여성의 권리를 포함한 국민들의 합법적인 불만”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또 보안군은 평화적인 시위대에 대한 “모든 부적절한 무력 사용”도 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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