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매도 120조 돌파… 더 커진 `금지` 목소리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는 개미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확산 초기에 그랬듯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해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93조6500억원이다.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27조7490억원)을 합치면 총 120조원을 넘는다. 지난해 연간(96조9178억원)보다 25%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20일 코스피200 종목의 공매도 비율은 12.87%로 공매도 전면 금지 이전인 2019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개미들의 공매도 금지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개인투자자 단체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28일 정의정 대표 명의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우편물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키도 했다.
현재 공매도는 지난해 5월 이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부분 재개된 상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거나(차입 공매도), 아예 없는 주식을 팔고(무차입 공매도) 나중에 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외국인, 기관 투자자가 수익을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는 구조다.
국회청원에도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기관과 증권사, 외국인에 허락된 공매도는 현재 상환기간이 일정치 않은 만큼 공매도 상환기간을 3개월 등으로 한정하거나 일반 개인들도 공매도시 상환기간 무제한으로 동등한 조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게 요지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관련 청원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 개인의 공매도 상환기간이나 담보비율이 달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지금이라도 공매도를 금지하거나 아니면 공매도 상환기간 설정으로 금융시장에 신뢰를 심어줘야 자본시장의 꽃인 주식시장이 살아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금융산업 리스크 대응 방향' 리포트에서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증시안정펀드의 매입을 확대하고 공매도를 금지하며, 최악의 경우 주가지수선물의 매도 포지션 한도의 설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24일부터 공매도 과열종목 유형을 확대하고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는 주가 하락률, 공매도 비중,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 배율, 공매도 비중 평균이 일정 수준을 넘는 종목에 대해 다음날 하루 차입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다.
또 주가 하락률 3% 이상,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 30% 이상,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 2배를 기준으로 하는 공매도 과열 종목 유형을 추가하기로 했다.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고 공매도 금지일에 주가가 5% 이상 하락하면 금지 기간이 다음 거래일까지 연장되는 규정도 새로 생겼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는 공매도 한시적 중단을 놓고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온도차를 보이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금지와 관련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시장 교란 상황이 큰 경우 여러 가능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6일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금지 등 시장조치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전문가와 협의해야 한다"며 "공매도는 언제,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하겠다고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글로벌 스탠더드인 공매도를 무기한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 금융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조건 중 '공매도 규제 완화'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를 전면 허용하지 않고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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