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곡물 수출 협정 무기한 중단”…식량 위기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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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드론(무인기)으로 자국 함대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러시아가 참여 중단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은 세계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해 지난 7월22일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으로 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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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드론(무인기)으로 자국 함대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촉발된 세계 식량 위기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9일 성명을 내어 “키이우 정권이 흑해에 있는 러시아 함대와 곡물 통로 보안에 관계된 민간 선박에 테러 공격을 가한 점을 고려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에 관한 협정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같은 날 낸 성명에서 이날 새벽 4시20분께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 남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 있는 흑해 함대를 드론 16대를 이용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흑해 함대가 드론을 격추했으며 소해함 ‘이반 골루베츠’가 경미한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테러 공격 준비는 영국 (군사) 전문가 감독하에 이뤄졌다”며 “정보에 따르면 이 전문가들은 지난달 26일 노르트스트림1·2 가스관 공격 계획과 조직 및 실행에 관련된 영국 해군”이라는 주장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세계를 기아 위기에 몰아넣는 ‘헝거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협정 참여 중단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대규모 기근 상태를 되풀이하게 하려는 러시아의 뻔한 시도”라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서사적 규모의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며 영국 개입설을 부인했다.
러시아가 참여 중단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은 세계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해 지난 7월22일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으로 체결됐다. 러시아는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 통로인 흑해를 봉쇄했다. 2020년 수출액 기준 각각 옥수수 세계 4위, 밀 세계 5위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실은 선박들의 발이 묶이며 세계 식량 위기가 촉발됐다. 이에 유엔과 튀르키예(터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4자 회담을 벌여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를 맺어, 우크라이나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감독하에 우크라이나 서부 3개 항구에서 곡물 및 비료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화물 수송선의 안전한 흑해 항해는 튀르키예에 설치되는 ‘합동 조정센터’를 통해 보장하고, 조정센터는 우크라이나 항구로 들어가는 선박에 무기가 실리지 않았는지를 조사하게 했다. 유엔과 러시아는 이와 별도로 러시아의 비료 등이 전세계 시장에 자유롭게 공급되도록 유엔이 노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다음달 19일 갱신을 앞두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9일 곡물 수출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러시아 외교부는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 참가 화물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이날부터 무기한 협정 참여를 중단한다고 못박았다.
유엔은 즉각 우려를 나타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모든 당사자는 협정을 위태롭게 하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협정은 분명 수백만명의 식량 공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서방도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 수출을 막는 장애물을 신속히 제거할 것을 요청하며 협정을 연장하려 애썼으나, 협정은 암초에 부딪혔다. 미국은 러시아를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협정 중단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켜 식량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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