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기 여기 있나요"...가족 찾아 장례식장 떠돌며 통곡하는 유족들
30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압사 사고의 피해자들이 이송된 서울시와 경기도 내 병원 39곳은 가족과 지인을 찾아 헤매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받지 않는 전화번호로 계속 통화를 시도하거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장례식장 곳곳을 애타게 떠돌고 있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에서는 밤새 실종자를 찾는 시민들의 방문과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장례식장 인포데스크에는 사망 통보를 받고 시신을 확인하러 온 유가족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병원 건물 밖으로도 갑작스럽게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의 울음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A씨는 지인이 사망했다는 안내를 받고 병원으로 뛰어왔다. A씨는 "지인이 전날 밤 부모에게 전화를 해 '핼러윈 축제에 왔는데 숨을 못 쉬겠다'고 비명을 질렀다고 했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B씨는 연락이 닿지 않는 딸을 찾아 지방에서 서울로 달려왔다. 지친 모습으로 장례식장 통제선 앞에서 딸의 이름을 입술 밖으로 끄집어냈으나, 경찰로부터 없다는 답변을 듣고 무너지듯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다시 일어서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C씨는 아직 생사조차 파악할 수 없는 친구의 소식을 듣기 위해 경찰의 발표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C씨는 "사망자 확인을 언제 할 수 있는지 물어봐도 대답해 주는 경찰관이나 의료인이 없다"며 "사망자 신원이나 이동 병원 등을 좀처럼 알아내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좁은 골목에 인파가 밀집돼 시신을 수습하기 쉽지 않은 현장이었던 데다가 주민등록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미성년자와 지문 대조가 어려운 외국인이 많아 신원 파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과학수사요원들은 주로 사망자의 지문을 통해 신원을 확정하고, 지문 기록이 없는 사망자는 유전자(DNA) 대조 방식으로 유족과 매칭하고 있다.
보라매병원에서는 유가족들이 예비로 마련된 빈소로 들어왔다. 조문객 E씨는 "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며 "친구는 구조됐는데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에서는 막내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한 F씨가 침통한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전 휴가를 나온 군인 신분의 막내아들은 전날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 F씨의 아들은 전날 오후 8시 30분께에도 상관에게 유선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더욱 곤란한 모습이다. 스리랑카인 G씨는 "어제저녁까지 실종자와 함께 있었는데 밤부터 연락이 두절됐다"며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로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의 가족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연락처를 모르겠다"며 눈물을 쏟았다. 대사관에서도 파견 나온 직원들이 병원을 돌며 자국민의 시신이 안치됐는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사상자가 총 254명이라고 발표했다. 내국인 사망자가 151명, 부상자가 103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19명, 부상자는 16명이다. 피해자 대다수는 10대 및 20대였다. 성별별로는 남성이 54명, 여성이 97명이다.
현재 사망자들은 일산동국대병원(20명), 평택제일장례식장(7명), 이대목동병원(7명), 성빈센트병원(7명), 강동경희대병원(6명), 보라매병원(6명), 삼육서울병원(6명), 성남중앙병원(6명), 순천향대병원(6명), 한림대성심병원(6명) 등 39개 병원에 나뉘어 안치됐다. 부상자는 50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실종 신고 2642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전화로 들어온 신고 내역이 2562건, 한남동주민센터 현장 접수가 80건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270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5시간 만에 10배 수준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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