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유럽인 한끼 식사 메뉴됐다”…독일공장 16시간 풀가동

김기정 2022. 10. 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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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프랑크푸르트 공장
반죽부터 냉동까지 공정 자동화
매년 60~70% 매출 성장 이어가
프랑스엔 한식업체 '시아스' 공장
포장지에 '만두·잡채' 한글 표기
교통 요충지에 위치 물류비 절감
프리미엄 고기만두로 단가 올려
설립자금 마련·유통채널 뚫기 등
해외공장 설립까지 첩첩산중
직원간 문화 충돌 해결도 과제

◆ SPECIAL REPORT : K푸드 유럽 현지 생산공장에 가보니 ◆

지난 20일 CJ제일제당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만두 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지난 2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외곽에 위치한 CJ제일제당의 만두 공장. 컨베이어벨트 위에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히 정렬됐던 만두가 이리저리 공장을 한 바퀴 돌아 '쿠앙' '쿠앙' 속사포 소리를 내며 포장지 안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장인 이효율 풀무원 총괄대표(맨 왼쪽)가 지난 15일 프랑스 로예 지역에 위치한 시아스 공장을 찾아 만두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김기정 기자]
만두 생산을 위한 공정은 대부분 자동화된 상태다. 기계가 반죽을 만들고 만두피를 찍어내고 만두소를 담아 찜통에서 쪄낸다. 이를 다시 급속 냉동시켜 포장지에 담는 것까지 기계의 몫이다. 가끔씩 금속이 담긴 장갑을 봉투에 담아 컨베이어벨트에 올려 이물질 검색기를 통과시켜보는 게 사람의 일이다. 100% 기계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이물질을 통과시켜보고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된 이곳은 원래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의 기내식을 만들던 공장이다. 2017년 CJ제일제당이 이곳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두를 만들기 시작했고 2018년 지분을 인수해 유럽 CJ제일제당의 전초기지가 됐다. 이후 매출은 매년 60~70%씩 성장세다.

서효교 CJ제일제당 식품 유럽사업 담당은 "생산공장의 직원 수는 100여 명으로 주간·야간 2교대로 16시간 운영한다"면서 "독일 정부가 요구하는 청소 시간 8시간을 제외하곤 풀가동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유럽 소비자들이 만두를 이제 집에서 '주식'으로 먹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 담당은 "유럽에서 만두도 피자처럼 집에서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비비고 만두는 독일 슈퍼마켓에서 한 봉지(만두 15개입)가 3.49유로에 팔린다. 좋은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이면 소비자들이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로예(후와)에는 최근 국내 식품 제조 중견기업 '시아스'가 K푸드 공장을 설립했다. 이곳에선 볶음밥, 만두, 잡채 등 다양한 K푸드 생산이 가능하다.

시아스 K푸드 생산공장은 CJ제일제당의 독일 만두 공장에 이어 유럽의 두 번째 K푸드 공장이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프랑스 유일의 한식 제조공장이다. 이곳은 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최대 격전지였던 소위 '서부전선'으로 영국 2시간, 독일 3시간, 벨기에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교통요지다. 시아스는 프랑스식 가정간편식 공장을 인수했다.

시아스는 국내에서 이마트 등에 볶음밥을 만들어 납품하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다. 최진철 시아스 회장은 "향후 한국식 핫도그, 치킨 등 다양한 K푸드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유럽에 진출하는 한국 프랜차이즈를 위한 소스 공급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장인 이효율 풀무원 총괄대표는 시아스의 프랑스 공장 시설을 둘러보곤 "유럽의 여러 생산설비들을 조합해 K푸드를 만들어내는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시아스도 유럽 내 아시안 푸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프랑스 생산공장 진출을 결심했다.

패트릭 헤니온 시아스 신사업 담당은 "유럽의 전체 식품 시장은 성장이 완만하지만 아시안 푸드는 연 6~8%씩 상대적으로 고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를 여행했던 유럽인들이 아시안 푸드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인스타그램 등에 아시안 푸드 사진을 올린 것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 소비자들은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아시안 푸드를 맛보고 금방 실망해버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랑스 회사들이 직접 김치를 만들어봤지만 실제 한국 김치와는 맛이 달랐고 품질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헤니온 담당은 "시아스는 아시아 여행에서 맛봤던 진짜 한국 볶음밥, 만두, 잡채의 맛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아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포장지에 만두, 잡채라고 선명한 한글이 적혀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 제품과 차별화를 두고 K푸드임을 알리기 위해서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 제품 역시 포장지에 한글로 '만두', 영어로 'MANDU'로 표기돼 팔린다. K푸드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이재현 CJ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결정이다.

만두는 냉동·냉장 상태에서 운송이 이뤄져야 해 '콜드체인' 물류 확보가 관건이다. 현지에서 생산할 경우 5~10% 정도 물류비 절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생산단가만 보면 한국에서 만드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다. 독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2유로(약 1만6800원)이고 직원을 구하기도 힘들다. CJ제일제당이 인건비가 낮은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권에 만두 공장 추가 설립을 검토하는 이유다.

대신 CJ제일제당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만두에 고기를 듬뿍 넣어 판매단가를 올리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동안 유럽 소비자들은 한국에서 수출된 '채식자용' 만두만 먹었다. 구제역 발생으로 쇠고기, 돼지고기 등 한국산 육류의 해외 수출이 금지된 상황이라 수출되는 한국산 만두에는 고기류가 들어가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이 독일에서 만두를 현지 생산하면서 고기를 넣기 시작했고 불고기, 돼지고기 만두가 유럽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반응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것도 현지 생산의 장점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의 서 담당은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샘플이 오는 데만 5주 이상 걸린다"면서 "여기서는 현지 레스토랑 셰프들을 직접 공장에 불러 시식회를 거치면 하루에 의사결정이 끝난다"고 말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성공 경험을 토대로 유럽에서 한식 가정간편식, 김치, 소스, 김 등으로 K푸드 영토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시아스 같은 중소기업은 우선 공장 설립을 위한 자금이 문제다. 시아스의 최 회장은 "한국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국가마다 상이한 유통 채널 환경이다. 프랑스는 아직 식재료만큼은 온라인 채널 구매가 활발하지 않다.

플로리아 사펜티어 켈리델리 마케팅 담당은 "프랑스 오프라인 유통은 카르푸 등 대형 슈퍼마켓 체인 5개가 잡고 있다. 이곳을 뚫지 못하면 소비자와 접점을 찾기 힘들다"며 "반면 영국은 작은 슈퍼마켓 체인이 많아 접근이 비교적 용이하다"고 말했다.

현지 직원과 한국 본사 파견직원 간의 조직문화 충돌은 또 다른 이슈다. 통상 한국 기업은 해외 현지 생산공장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한국 본사에서 직원을 파견한다. 하지만 시아스 공장에는 한국인 직원이 없다. 최 회장만 유일한 한국인이다. 최 회장은 "한국에서 직원을 파견해봤지만 언어·문화 장벽에 오히려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이번엔 모두 현지 직원만 고용해 공장을 운영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기정 컨슈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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