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비명소리가 마지막 통화”… 가족·지인 사망 소식에 병원은 울음바다(종합)

고양=김민소 기자 2022. 10. 30. 15:5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손을 놓치면 안 됐는데... 손을 놓친 친구가..."

30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에 있는 동국대학교일산병원 장례식장.

이날 오후 12시 1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호주인 네이슨(24)씨도 친구의 사망 소식에 연신 눈물을 훔쳤다.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을 찾은 러시아 여성 한 명은 "사촌동생과 친구가 이태원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찾으러 나섰다"며 "사촌 동생이 사망한 것으로 보여 찾기 위해 병원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일산 동국대일산병원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14명 안치
가족·지인 생사 확인하러 병원 들른 유족들 망연자실
소식 늦게 접한 외국인들은 무작정 병원 돌아다니기도

“손을 놓치면 안 됐는데... 손을 놓친 친구가...”

30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에 있는 동국대학교일산병원 장례식장. 1층 한편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4명의 유족을 위한 대기실이 마련돼 있었다. 대기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지만 유족들의 절규와 울음 소리는 문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동국대일산병원을 찾은 A씨는 전날 참사 현장에 같이 있던 친구 최모(25)씨의 신원을 확인하러 이곳에 왔다. A씨는 “인파에 휩쓸려 친구의 손을 놓친 것이 후회스럽다”며 눈물을 닦았다.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장례식장 모습./연합뉴스

최씨의 아버지인 60대 최모씨도 떨린 목소리로 전날 딸과의 통화를 회상했다. 최씨는 “어제 밤 10시 33분 딸과 전화를 했는데 비명 소리만 들리고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 아침에...”라고 말문을 텄지만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날 오전 3시 경찰로부터 딸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강원도 강릉에서 이곳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날 오전부터 경찰과 유족들의 시신 신원 확인이 진행되면서 장례식장을 찾는 유족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유족들은 장례식장 입구에 채 들어서지도 못한 채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도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신원 확인을 위해 장례식장을 찾은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 이날 정오쯤 동국대일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오스트리아인 여성 2명은 전날 밤 이태원에 함께 있던 20대 김모씨의 생사를 확인하러 왔다. 김씨의 오스트리아 생활을 함께 보냈던 그들은 갑작스러운 그의 실종 소식에 장례식장 입구에서 얼굴을 감싸고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이날 오후 12시 1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호주인 네이슨(24)씨도 친구의 사망 소식에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는 “갑작스레 인파가 몰려들면서 B(23)씨가 깔리게 된 모습을 보고 꺼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며 오열했다.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호주에 있는 유족에게 전할 방법이 없어서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인들은 소식을 접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하릴없이 서울 시내 소재의 병원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을 찾은 러시아 여성 한 명은 “사촌동생과 친구가 이태원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찾으러 나섰다”며 “사촌 동생이 사망한 것으로 보여 찾기 위해 병원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신원 확인이 지체되면서, 사체 검안서 발급 등 장례를 위한 후속 조치가 잇따라 늦어지자 지친 모습을 보이는 유족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6시쯤 아들 김모(30)씨의 장례를 위해 유족 대기실에서 관계자를 기다리던 어머니 김모(58)씨는 “당장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안내해주는 담당 공무원도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유가족 관련해서 빠른 진행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몇 시간째 검안서 한 장도 발급 안 해주는 행정이 답답하다”며 “아이를 찾는 것도 몇 시간이 걸렸는데 어떻게 이렇게 조치가 미흡할 수 있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쯤에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조 장관은 “복지부는 지자체 의협 등과 협력해 부상자들이 조속히 일상생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이라며 “현장을 점검해 차질 없는 의료 지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인근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로 30일 오후 현재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다쳐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압사 참사와 관련된 실종 신고는 3580건에 달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