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탈통신 경쟁 고객반응 빨리 흡수해 '찐 감동'으로 승부수 [톡톡! 경영인]
과거엔 가입자 '유치' 이젠 '유지'가 중요
고객 마음 얻어야 흉내낼수 없는 찐기업 도약 가능
콘텐츠 조직 신설 스타PD 등 인재 영입
고객 맞춤형 플랫폼
통신·플랫폼 양축 非통신 비중 40%로
지난해 3월 LG유플러스 새 사령탑으로 황현식 사장이 임명되면서 회사 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탈통신'을 기치로 신사업 확대와 조직 역량 강화 과정에서 의사결정 속도는 보다 신속해지고 조직 내 소통 문화도 빠르게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황 사장은 구성원들에게 늘 '고객 중심'이라는 성공 방정식을 외쳤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황 사장은 쉴 새 없이 뛰어다닌 지난 1년 반의 여정을 돌아보며 솔직한 자기 고백으로 인터뷰의 운을 뗐다. "2012년부터 우리의 비전은 '탈통신'이었죠. '유플러스'란 사명도 '유비쿼터스'해지는 세상에 통신을 넘어 또 하나의 가치를 '더하자'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다양한 신사업 분야에서 신흥 빅테크 업체들이 통신사들을 능가하는 역량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은 점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이었다. 그는 "LTE 시대가 도래하며 통신을 중심으로 많은 융복합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며 "하지만 정작 그 중심축은 플랫폼과 운영체제(OS) 업체들에 넘어갔다"고 짚었다. 시장 변화를 목도하며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황 사장이 내린 해답은 결국 '고객'이었다. 그런데 성공을 위한 방정식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이동통신 후발 사업자로서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매달렸다면 이제는 이들을 '유지'하는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 사장은 "통신에서의 사업 제약을 극복하려면 기존에 통신사가 가진 장점에 지금까지 플랫폼 사업자들이 제공하지 못하던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누구나 흉내낼 수는 있지만 고객의 마음을 얻는 '찐기업'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황 사장이 이끄는 LG유플러스는 지름길을 찾기보다 정공법을 택했다. 이제라도 고객 중심 사고로 무장해 고객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플랫폼을 직접 키우기로 했다. 이른바 '유플러스 3.0' 비전이다. 올해에만 고객 일상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지향하는 구독 커머스 플랫폼 '유독', 그리고 팬덤이 확실한 스포츠 플랫폼 '스포키'와 아이돌 플랫폼 '아이돌플러스'를 내놨다. 누적 이용자 6100만명을 돌파한 인터넷(IP)TV 서비스 '아이들나라'는 성장단계별 학습 콘텐츠를 더해 '키즈 넷플릭스'로 탈바꿈한다. 플랫폼으로 확보한 고객 반응 데이터를 자체 콘텐츠 기획에도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실천에 옮길 최고콘텐츠책임자(CCO)와 스튜디오를 신설한 데 이어 지상파 방송국 출신 '스타 PD'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숏폼(짧은 영상)부터 장편영화까지 다양한 형태를 공급하는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을 추구한다.
다만 미드폼 시장에 특히 기회가 있다고 본다. 황 사장은 "기존 방송채널은 광고에 종속돼 있고 OTT에만 집중하면 투자 회수가 쉽지 않다"며 "'U+모바일tv'를 개방형 미드폼 특화 플랫폼으로 차별화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과 콘텐츠 고도화는 인공지능(AI)이 뒷받침한다. 이를 책임질 최고데이터책임자(CDO)도 영입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200명 수준인 CDO 산하 개발조직을 2024년까지 2배 확대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신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기업의 체질부터 바꿔야 했다. 회사가 그동안 보수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황 사장은 "이동통신 사업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큰 자본을 투입하고 이를 서서히 회수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하고 호흡이 길다"며 "여기에 자꾸 뭘 붙여서 하려고 하면 잘 안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황 사장이 올해 CEO 직속 신사업 발굴 조직 '인피니스타'를 별도로 세운 이유다. 인피니스타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MZ세대가 열광할 새로운 플랫폼을 키워내는 애자일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에 스타트업 DNA를 이식할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출신 사내 최초 액셀러레이터도 영입했다.
액셀러레이터는 프로덕트 오너(PO)를 육성하며 내부 아이디어가 상품화하는 것을 돕는다. PO는 프로덕트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갖는 일종의 '작은 CEO'로, 현재 상무급부터 책임·선임급까지 다양하다. 황 사장은 정기적으로 이들 PO와 원탁에 둘러앉아 허심탄회한 티 미팅을 갖는다. 여기에는 딱딱한 PPT도, 직원들을 위축시키는 매출·손익 보고도 없다.
사내독립기업(CIC) 체계 강화는 '일단 작게 시작한 다음 빠르게 고객 반응을 반영하겠다'는 황 사장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 황 사장은 "지금까지는 잘 짜인 플랜을 가지고 크게 움직였지만 그 과정에서 고객이 변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윗사람이 관여할수록 사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직원들이 자율성을 갖고 완결성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통신과 플랫폼을 양 날개로 2027년까지 비통신 사업 매출 비중을 40%까지 늘리고 기업가치를 12조원까지 키우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의 비통신 매출 비중은 약 20%다.
▶▶ 황현식 사장은…
1962년생으로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 LG텔레콤 사업개발팀 부장으로 통신 사업에 뛰어든 이후 잠시 지주사에서 경영관리 업무를 담당한 이력을 제외하면 늘 현장을 누비며 발로 뛴 영업전략통이었다. 지난해 3월 그가 LG유플러스 창사 이래 첫 내부 출신 대표이사라는 기록을 만든 배경에도 이 같은 현장 전문가라는 경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현재 한국전파진흥협회장으로도 활약하며 정부와 전파방송통신 업계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우수민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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