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 하듯 앞뒤 좌우서 강한 압박...눈앞이 하얘졌다”

현장 있던 유명 유튜버의 증언

29일 오후 11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대응 3단계로 격상했다. 사진은 이날 사고가 발생한 용산구 이태원의 모습./뉴스1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유명 유튜버가 “재난 영화 같았다”며 참담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독자 6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선여정은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서 잠이 안 온다”며 “제가 현장에 있었기도 했고 아직 너무 생생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숨이 막혀서 눈앞이 하얘질 때, 그 짧은 시간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며 “이대로 눌리다가는 발을 헛디뎌 넘어져 엉켜 죽거나 숨이 막혀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목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땅에 기절해 있었다”며 “현장이 아수라장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이 좋아 빠져나온 뒤 상황을 봤다. 의료진은 적고 환자는 많은 상태라 일반인들이 돕는 상황이었다”며 “버스는 유턴하고, 일반차량‧구급차량은 막히고, 재난 영화처럼 절규하고, 간절하고 다급한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유튜버 선여정이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스토리 글./인스타그램

선여정은 자신이 촬영한 현장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거리에 많은 인파가 몰려 오가지 못하는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선여정은 “그나마 우측통행하며 순환이 될 때였고,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 인데도 한걸음 떼기가 쉽지 않았다”며 “뒤에서는 ‘야 밀어~ 우리가 더 힘 세! 내가 이겨’라고 했다.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닌 밀려서 떠내려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어느 순간 순환이 엉키면서 갑자기 서로 밀더니 줄다리기 하듯 엄청 강한 힘으로 앞뒤 좌우 양쪽에서 압박이 오며 눈앞이 하얘졌다”며 “같이 간 친구가 만약 저를 잡아주고 도와주지 않았다면 진작 기절해서 땅에 쓰러졌을 것 같다”며 “(사고 당일) 낮 1시부터 촬영했는데 많은 젊은 사람들을 봤다. 다들 행복해했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잠을 못자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압사 참사로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