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채로 당한 희생자 많다” 증언들... 전문가들이 추정한 사인은

장상진 기자 2022. 10. 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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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은 갈비뼈 사이 근육과 횡경막의 ‘흉곽 운동’
그 공간 확보 안 되면 질식… 서나 앉으나 무관”
”인파에 휩쓸렸다면 가장 자리로 가 기둥 잡고 버텨야”

29일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상당수는 선 채로 압사(壓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소방당국을 인용, “희생자들이 밟혀서 압사당한 게 아니라 서 있는 상태에서 짓눌려 압사당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에도 “선 채로 실신한 사람이 있었다”는 현장 목격담이 올라왔다. 실제로 한 인터넷 방송 운영자가 참사 발생 당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올린 영상에서는, 한 여성이 선 상태 그대로 사방에서 밀려드는 압력에 고통받으며 비명을 지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을 잃은 듯 늘어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벌어질 당시 현장 상황을 생중계한 영상의 한 장면. 사람들이 사방에서 밀려드는 압력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 맨 아래 모자이크 처리된 여성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른 뒤, 맥이 빠진 모습으로 더는 말이 없었다. /아프리카TV

네티즌들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압사를 생각할 때 ‘넘어져 깔린 상황’을 떠올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 채로 압사당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30일 조선닷컴 통화에서 “사망자 상당수는 ‘압착성 질식사’로 추정되며, 이는 서 있거나 쓰러져 있거나 등 자세와는 무관하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갈비뼈와 갈비뼈 사이 근육과 횡경막을 움직여서 호흡을 하는데, 이번 사고 희생자들은 선채 사방에서 밀려든 강력한 압력으로 흉곽운동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숨졌을 것이란 추정이었다.

서 원장은 “물론 부검을 해보기 전엔 단언하기 어렵다. 바닥에 깔린 상태로 충격이 가해져 심장 등 장기 파열이 일어났을 수도 있고, 목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며 “그러나 당시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인은 압착성 질식사”라고 했다.

29일 오후 대규모 압사사고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뒷골목의 모습. /뉴스1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공 교수는 “서서 껴있는 채로도 압박을 강하게 받을 수 있고, 압사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은 최소한 자신의 몸무게의 1.5배 이상 압력이 외부에서 가해졌다는 의미인데, 이번 사고에선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수백명 사람이 몰리면서 그 압력이 급증했다”며 “선채로 갈비뼈가 부러지는 상황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인증을 통해 운영되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의사’로 인증한 인물이 비슷한 글을 올렸다. 그는 “압사의 주된 사망 원인은 장기파열도 아니고 혈복강도 아닌 단순 호흡부전”이라며 “호흡공간이 없는 상태에서 호흡근이 이기지 못할 압력으로 눌리면 숨을 못쉬어서 질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하성 교수는 “가장자리가 그래도 하중이 제일 적은 편이기 때문에 인파에 휩쓸리면 가장자리로 빨리 이동해야 한다”며 “가장자리에 도착했다면 거기서 간판, 벽을 붙잡고 버티는 게 좋다”고 했다.

공 교수는 이어 “넘어지면 그야말로 최악”이라며 “만약 넘어졌다면 빨리 몸을 동그랗게 웅크려 머리와 가슴, 몸을 보호하면서 숨 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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