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하루 전 조짐'…대책은 없었다

서울시 "핼러윈 대비 특별대책 마련과 상황실 운영 없었어"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통과했어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에 구두와 핼러윈 호박 모형이 놓여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압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행정당국은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태원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맞아 젊은 층이 대거 운집할 것이 예상됐고, 실제로 금요일인 28일부터 수만 명이 몰리기 시작해 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시청이나 구청에서 사전 대책을 세우거나 당일 현장 관리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번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발생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핼러윈에 대비해 따로 특별대책을 마련하거나 상황실을 운영하지는 않았다"며 "자치구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용산구는 27일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방역·소독과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에 나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용산구 소속 일부 직원이 현장에 나와 있긴 했지만, 현장 상황을 관리하기는 역부족이었다고 전해졌습니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엔 좁은 골목이 많았지만 통행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용산구 관계자는 "29일 오후 11시 50분부터 사고긴급대책추진반을 구성해 운영 중"이라며 "사전에 배치한 현장 대응 인원이 몇 명이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박희영 용산구청장 명의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이며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에 게시된 콘텐츠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에 대해 용산구 관계자는 "사고 수습에 집중하기 위해 이뤄진 조치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요일인 28일부터 이태원에서 인파에 떠밀려 사람이 넘어졌다는 목격담 등이 소셜 미디어(SNS)에 올라오며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이태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 걷기가 힘들 정도'라고 이태원 방문자들이 전하기도 했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태원 일대 통행량을 조정하기 위해 한시적으로나마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번 달 8일 여의도 불꽃축제 때는 여의나루역 등 승강장에 인파가 몰리자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상 지하철 역사 내 위험 요소가 있을 때 무정차 통과를 하는 것이지, 역사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무정차 통과를 하지는 않는다"며 "해당 역장이 판단해 결정하는데, 당시 역사 내에는 무정차 통과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 출장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 오늘 오후 4시 1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사고 현장으로 이동해 상황을 지휘할 예정입니다.

[이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ldustn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