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심폐소생술하는데 한쪽선 인증샷 찍고 춤춰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에 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는 이번 참사로 숨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29일 밤 서울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 현장의 시민 의식은 극명히 엇갈렸다. 사고 현장 인근의 시민들은 가게 영업을 중단하고 환자를 돕거나 구조활동에 동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클럽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면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환자 수십명이 한꺼번에 길바닥에 그대로 쓰러지는 바람에 심폐소생술(CPR)을 할 수 있는 구급대원이 부족해지자 시민들은 앞다퉈 CPR에 나섰다.

구급대원을 도와 들것에 환자를 옮기고 너나 할 것 없이 생면 부지의 환자에 4∼5명씩 달라붙어 팔다리를 주무르는 시민도 많았다. 주위 가게 직원들은 꽉 조인 옷을 찢고 CPR을 하라며 한달음에 달려와 가위를 빌려주고 물을 주는 등 시민들을 도왔다.

사고 당시 골목길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술집 직원들이 입장료를 받지 않고 문을 열어주며 대피시켰다는 경험담도 온라인에 속속 올라왔다.

이와 반대로 참사 현장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거나 휴대전화를 들고 숨이 멈춘 피해자를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도 있었다. 유튜버들이 삼각대를 동원해 현장을 생중계해 끔찍한 사고 현장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일도 생겼다.

직장인 오모(29)씨는 "몇몇 유튜버들이 가게 2층이나 환풍구 같은 높은 곳에 올라가 웃으면서 마치 게임이나 스포츠를 해설하듯 들떠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면서 "어떤 유튜버는 고인과 환자들을 우롱하는 말까지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 이곳저곳에서 환자들이 CPR 조치를 받는 모습이나 시신들을 찍느라 인파가 더 몰려 현장 통제가 마비되다시피 하기도 했다.

29일 밤부터 30일 이른 새벽까지 해밀턴호텔 앞 이태원로에는 경찰과 소방관이 지휘봉을 휘두르며 길을 비켜달라거나 돌아가라고 여러 차례 소리를 질렀으나, 촬영하고 구경하려는 사람으로 통제에 차질이 빚어졌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구급차 수십 대가 출동해 환자들을 구조하는 현장 바로 옆에서 클럽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 수십명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 속 주변 건물과 음성을 고려하면 참사 당시 이태원일 가능성이 크다.

현장에 있던 직장인 이모(29)씨는 "이태원 도로 한복판에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와 소방차가 빼곡히 있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며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며 "옆에서 사람이 생사를 오가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현장이 골목길이어서, 이태원역 주변 대로변이나 거리에서는 참사 상황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경찰이 참사 뒤 30일 오전 1시께부터 이태원 지역의 영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일부 술집과 클럽 등은 사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영업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사고로 인한 교통 체증과 현장 통제로 일대 진입이 불가능해지자 일부 시민들은 인근의 경리단길, 해방촌 등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날 오전 4∼5시께까지 대로변 곳곳에서 핼러윈 코스튬을 차려입은 채 술을 마시며 파티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