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전화통화서 숨 못쉬겠다며 비명" 시신 안치 병원마다 유가족 오열

유선희 2022. 10. 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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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현장 사망자들을 1차 이송한 원효로 생활체육관과 실종 신고를 받는 한남동 주민센터, 사망자가 분산 안치된 병원에서는 가족과 지인을 찾는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29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 45명이 임시로 안치된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앞에는 가족과 지인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사망자의 시신이 서울과 경기 지역 39곳의 병원에 분산 안치되면서 지인과 가족들은 해당 병원 곳곳에는 실종자를 찾으려 직접 확인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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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서 30일 부상자가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는 이번 참사로 숨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이태원 현장 사망자들을 1차 이송한 원효로 생활체육관과 실종 신고를 받는 한남동 주민센터, 사망자가 분산 안치된 병원에서는 가족과 지인을 찾는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사고 초기 신속한 조치와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혼란은 가중됐다.

29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 45명이 임시로 안치된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앞에는 가족과 지인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30일 오전 3시 50분께 체육관 앞에 도착한 20대 여성 두 명은 함께 이태원을 방문했다 연락이 끊긴 친구의 생사를 확인하려고 체육관 안에 들어가려다 경찰의 제지를 당했다. 이들은 "체육관에 안치했다는 소식도 기사를 보고 알았고 오면서 응급실 다섯 군데에 전화했는데 어디도 신원을 확인 안 해주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중년 여성은 딸과 함께 체육관 앞을 찾았다. 20대 아들이 저녁에 이태원에 간 뒤 지금까지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오전 4시 10분께 황망한 표정으로 도착한 한 젊은 남성은 "친구가 이태원에 갔다고 했는데 10시 이후로 지금까지 전화를 받지 않아 걱정돼서 뛰쳐나왔다"고 했다. 이 남성은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가 통화 연결음만 들리자 맥없이 고개를 떨궜다. 오전 5시가 넘어 도착한 한 여성은 "신원을 확인하려면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실종 신고센터가 설치된 한남동 주민센터에는 연락이 두절된 가족과 친구를 찾으려는 이들의 다급한 발길이 이어졌다. 일부 가족은 직접 찾겠다며 사상자들이 이송된 병원 명단이라도 알려달라며 하소연해 센터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들은 사상자들이 병원 30여곳에 분산 이송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다려달라는 관계자들의 당부를 듣고서는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중년 여성은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 20대 대학원생 딸이 어젯밤부터 연락이 안된다"며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한 여성은 실종자 접수를 하러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가족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뒤 오열했다. 실종된 가족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안도의 울음을 터뜨리며 급히 병원으로 향하는 가족도 있었다.

사망자의 시신이 서울과 경기 지역 39곳의 병원에 분산 안치되면서 지인과 가족들은 해당 병원 곳곳에는 실종자를 찾으려 직접 확인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서 만난 A씨는 지인의 사망 소식에 현장으로 뛰어나왔다. 그는 "핼러윈 축제에 간 지인이 전날 밤 엄마에게 전화하더니 '밀려서 넘어졌는데 숨을 못 쉬겠다'고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며 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인의 동행자로부터 사망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달려왔지만 경찰의 제지로 지인을 찾지 못했다. 현장 사망자들을 1차 이송한 원효로 생활체육관에도 가봤지만 허탕이었다. 체육관에서 출발한 앰뷸런스를 따라 무작정 순천향대병원으로 왔으나 역시 현장 통제에 걸렸다. 그는 "세 군데에서 다 못 들어가게 해서 지금까지 지인을 찾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순천향대 병원을 찾은 한 실종자의 부모는 장례식장 통제선 앞에서 딸의 이름을 말하곤 경찰로부터 "없다"는 답을 듣자 통곡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렇게 울면서 자녀를 찾아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스리랑카 출신 B씨도 친구 10여명과 순천향대 병원을 찾았다. 그는 "어제 저녁까지 실종자와 함께 있었는데 밤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이태원 현장에서 실종 신고를 하고 이곳까지 왔다"며 안절부절 못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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