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마비, 구조 지체…주최 없는 행사도 당국 관심 둬야"[전문가진단]

박경훈 2022. 10. 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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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를 두고 현실적으로 '골든타임 4분'을 지키기는 어려웠을 거라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앞으로 '핼러윈 데이'처럼 특정한 주최가 없는 행사라도 지자체, 경찰과 인근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안전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핼러윈 데이 같은 행사가 지자체나 경찰에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심의하는 엄격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위험요인을 사전에 인지해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 음식점 주인이나 지역 상인 등에 적극적으로 안전계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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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쌓이면서 구조 어렵고, CPR까지 과정도 오래 걸려"
"인파 코로나 전과 비슷했더라도 억눌린 욕구 더 표출"
"앞으로 지자체 등 관심 두고 주변 상인에 계도해야"
"가이드라인 수립 필요…안전교육 사실상 안 받고 있어"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를 두고 현실적으로 ‘골든타임 4분’을 지키기는 어려웠을 거라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앞으로 ‘핼러윈 데이’처럼 특정한 주최가 없는 행사라도 지자체, 경찰과 인근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안전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의료진들이 부상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들이 구조대원 역할할 수밖에”

먼저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압사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서 응급 처치가 제때 이뤄질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노 교수는 “이번 사고에서는 사상자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구조하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더 많이 걸렸던 것”이라면서 “일단 심폐소생술(CPR)을 하려면 구조해서 평평한 곳에 눕혀야 하기 때문에 아마 그 과정까지가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렸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호흡곤란 환자들은 사실은 산소를 투여해 주는 게 중요한데 그건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처치는 아니다”면서 “빠르게 119에 신고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구조 시간이 걸린 이유로 10만명이 넘는 인파 속 사실상 거리 마비를 들었다. 염 교수는 “소방당국이 신고를 받고 빨리 출동하려고 했지만, 이태원 근처 도로 상황도 마비가 됐었다”며 “소방당국은 대응 3단계까지 올려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려고 했지만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현장에서 많은 시민들이 구조대원 역할을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염 교수는 “압사당하게 되면 쇼크가 오게 되고 숨을 쉴 수 없는 심정지 상태가 된다. 심정지가 되면 온몸에 피가 안 돌고 심지어 뇌혈관에도 혈액 공급이 정지되는 상태가 된다”며 “의료계에서도 골든타임을 4분으로 잡고 있다. 4분 내에 심장박동이 돌아오게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노력했고 또 소방대원들도 같이 노력했지만 안타깝게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119 구급대원들이 희생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등부터, 안전교육 영상만 틀어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고는 상상 밖이었다면서도, 향후 핼러윈 데이처럼 주최가 없는 행사에도 지자체가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먼저 “올해 몰린 인파가 설사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했을지라도, 그간 억눌린 욕구가 더 표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주최가 불분명한 행사에도 지자체와 경찰이 일정부분 질서유지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핼러윈 데이 같은 행사가 지자체나 경찰에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심의하는 엄격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위험요인을 사전에 인지해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 음식점 주인이나 지역 상인 등에 적극적으로 안전계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여타 사고와 같이 가이드 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교수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몰려서 그런 사고가 나리라고는 저도 생각 못했다”면서 “원칙적으로 안전은 본인이 1차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국가 존재의 의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인 만큼 일정 부분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 교수는 “‘사후약방문’이긴 해도 안전수칙을 만들어 최종적으로는 국가가 어느 정도 안전에 개입해야 이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지금 안전교육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곳은 역설적으로 유치원”이라면서 “중학생부터는 영상만 틀어주고 사실상 안전교육을 안 받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교육 강화와 심폐소생술을 누구나 할 수 있게 교육을 강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경훈 (vi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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