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랜드, 부산아이파크, 전남드래곤즈...사생결단하라[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2. 10. 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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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나 시티즌 팬들이 지난 29일 김천 상무를 꺾고 1부리그 승격이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대전하나시티즌이 내년 K리그1에서 뛰게 됐다. 재창단 3년 만에 이룬 승격이다. 시민구단 시절까지 포함하면 8년 만이다.

대전은 2020년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돼 기업 구단으로 재창단됐다. 대전시 시금고 하나은행은 구단에 적극 투자했다. 많은 돈을 써서 국내외 대어급을 꾸준히 영입했다. 2020시즌 평균 연봉은 1억6715만원으로 K리그2 1위였고 1부구단과 비교해도 중위권 수준이었다. 2021년 연봉 총액(67억6454만원)과 평균(1억7762만원) 모두 K리그2 최고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겸 대전하나시티즌 구단주는 승격이 확정된 뒤 “대전이 명문구단으로 성장하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2000년대 들어 기업이 창단한 프로축구단은 대전 하나, 서울 이랜드뿐이다. 대전 하나는 3년 만에 승격한 반면, 이랜드는 창단 8년째도 2부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랜드는 천만 인구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2014년 창단됐다. 인창수, 박건하, 김병수 등 괜찮은 지도자들도 승격을 이루지 못했다. 프런트와 선수단 간 잡음, 프런트 사이 불협화음 등도 종종 흘러나왔다.

정정용 이랜드 감독 등 선수들이 지난 6월 전남와 비긴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3년 간 이랜드를 이끈 정정용 감독은 이랜드가 던진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였다. 정 감독은 서울이랜드 전신 이랜드푸마 출신 ‘성골’이다. 2019년 20세 이하 FIFA 월드컵에서 한국에 준우승을 안기며 지도력도 인정받았다. 그런데 지난 3년간 성적은 5위, 9위, 7위. 이랜드와 정 감독은 모두 실패했고 최근 결별했다.

2000년대 들어 시도민구단들이 많이 생겼다. 시도민구단들은 항상 정치적 외풍에 흔들렸고 특히 총선 전후 정치 바람을 심하게 탔다. 지자체장이 바뀌면 구단 존재가 위태로워졌고, 구단 고위층도 총선 이후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그렇게 우두머리는 축구를 몰랐거나 아예 관심이 없었다. 구단 직원들도 축구단 발전이 아니라 자기 살기와 처세에 급급했다. 시도민구단은 K리그 발전을 위한 최선책이 결코 아니다. 지금 상태로는 차선책도 아닌 것 같다.

전남 드래곤즈 선수들이 지난 10월5일 대전 하나시티즌에 패한 뒤 무기력한 표정을 칮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구단이 원만하게 운영되려면 기업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은 이윤에 따라 움직인다. 기업 구단은 ‘정치집단’ 시도민구단보다 성과와 성적을 확실하게 지향하게 마련이다. 기업구단이라면 시도민구단을 모두 압도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이들을 크게 위협할 만한 존재는 돼야 한다. 적은 돈을 쓰는 시도민구단 앞에 쩔쩔매는 축구단을 운영하고 싶은 기업 총수는 한 명도 없다.

내년 시즌을 또다시 2부에서 맞는 기업구단은 이랜드, 부산 아이파크, 전남 드래곤즈 등 3곳이다. 이랜드는 올해 7위, 부산은 10위, 전남은 꼴찌인 11위에 머물렀다. 모기업이 구단 명맥만 유지하려 한다면, 선수단도 시도민구단이 다수인 2부리그에 슬찍 끼어 월급만 받으려 한다면, 내년에도 승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렇게 존재감없이 지리하게 이어지는 2부 신세에 돈을 계속 쓸 구단주는 없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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