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외신·전문가 "코로나 빗장 풀리며 대혼란"(종합)

송수경 2022. 10. 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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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전문가 "오랜 기간 외부활동 제한탓 더 많은 인파 몰렸을 듯"
"왜 이런일 일어났나 큰 물음 남아" "안전기준·군중통제로 초점 이동 가능성"
WSJ "어린이들 사탕 받는 핼러윈, 한국선 클럽 가는 이벤트 변질"
이태원서 핼러윈 사고 발생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2022.10.30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황철환 기자 = 핼러윈을 이틀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사고의 배경과 관련해 주요 외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규제가 풀린 뒤 열린 첫 핼러윈 행사였다는 데 주목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한정된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초래됐다는 영국 잉글랜드 서퍽대 방문교수이자 군중 안전 문제 전문가인 G. 키스 스틸 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스틸 교수는 "이른바 '집단 쏠림'(stampede)은 사람들이 달릴 공간이 있어야 발생하는데 이태원은 그런 사례가 아니다"라면서 "좁고 막힌 공간일 경우 군중 전체가 한 무더기로 무너지면 다시 일어날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미노 효과와 같다"고 말했다 .

그는 이런 사고는 통상 인파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밀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공황 상태에 빠져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라 (깔린 채) 죽어가기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목격자들은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에 위치한 4m 너비의 비좁은 경사로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이 인파의 압력에 밀리면서 한 번에 쓰러졌다고 증언했다.

스틸 교수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오랜 기간 외부활동이 제한됐다가 올해 관련 규제가 대부분 해제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핼러윈 행사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압사사고 발생 직전 인도네시아 동부자바 축구장에 흥분한 관중이 난입한 모습 [A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양상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작년 11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 현장에서 흥분한 관객이 일시에 무대 쪽으로 몰려들면서 1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병원 치료를 받은 것이나, 이달 초 인도네시아의 한 축구경기장에서 경기장에 난입한 관중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해 130여명이 숨지는 등 최근 1년 새 유사한 사고가 잇따랐다는 것이다.

군중 시뮬레이션과 바이오정보학을 연구하는 마틴 에이머스 영국 잉글랜드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대형 이벤트에는 군중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획과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이머스 교수는 WP에 "일반적인 관점에서, 위험하게 높은 군중 밀집도를 예측·감지·방지하는 적절한 군중 관리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일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고에 휘말렸다가 살아남은 생존자의 증언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이 생존자는 "내 앞사람이 발이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나도 밀려 넘어졌다 내 뒷사람들 역시 도미노처럼 넘어졌다"면서 질식할 뻔하다가 간신히 빠져나와 돌아본 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너무나 붐비고 시끄러운 탓에 불과 몇 m 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도 주변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한 채 사진을 찍거나 화장을 하고 주점 주인과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관 몇 명이 달려와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작년 핼러윈 때는 코로나19에도 큰 인파가 몰렸다. 올해는 인파가 더 많을 거라고 예상하고 정부가 더 많은 경찰을 배치해 군중을 통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태원 사고현장 추모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30일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추모 꽃다발이 놓여 있다. 2022.10.30 xyz@yna.co.kr

CNN 방송 역시 좁은 거리에 인파가 빽빽이 몰려 움직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는 목격자 증언을 소개했다.

윌 리플리 기자는 3년 만에 코로나19 관련 제한이 없는 첫 핼러윈 행사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마스크 착용 의무도, 군중 규모에 관한 제한도 없었다.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확성기 경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답변이 없는 큰 질문은 '왜', 그리고 '다른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WP는 '서울 압사사고는 어떻게, 어디서 일어났나'라는 제목의 별도의 기사에서는 이번 비극의 원인이 여전히 조사 중이지만, 현장 영상을 보면 좁은 거리와 골목길이 몰려드는 인파의 규모를 감당할 수 없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 방송도 이번 행사에 참가인원 제한이 없었던 점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안전기준과 군중통제 조처가 취해졌는지 등으로 관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축제현장 안전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에서는 핼러윈이 어린이들이 사탕을 움켜주는 날로 널리 기념되지 않는다"며 "최근 몇 년간 20대 안팎의 이들과 그 외 파티에 가는 이들이 핼러윈을 특유의 복장으로 치장한 채 클럽에 가는 주요 이벤트로 만들어버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hwangch@yna.co.kr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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