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최고령 수감자, 19년 만에 본국 송환

김혜리 기자 2022. 10. 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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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의 최고령 수감자 사이풀라 파라차(75). 파키스탄 외무부는 29일(현지시간) 파라차가 풀려나 본국에 있는 가족들과 재회했다고 밝혔다. | AP연합뉴스

‘미국 인권의 흑역사’로 불리는 관타나모 수용소의 최고령 수감자 사이풀라 파라차(75)가 19년 만에 풀려났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관타나모 만에 억류됐던 사이풀라 파라차가 자유의 몸이 되어 오늘 고국으로 돌아왔다”며 “외국에 구금돼 있었던 파키스탄 국민이 드디어 가족과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그의 구금이 “자국 안보에 대한 지속적인 중대한 위협과 관련해 더는 필요치 않다”며 파라차의 본국 송환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풀려난 파라차는 파키스탄 출신 사업가로, 2003년 7월 태국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2011년 9·11 테러의 배후인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 정부는 그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군 감옥에 가두었다가 1년 만에 그를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송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조지 W 부시 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 혐의를 받는 테러 용의자들을 가두기 위해 쿠바 관타나모 만에 있는 미 해군기지에 설립한 감옥 시설이다.

파라차는 계속 알카에다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미국 정부는 그를 기소하지 않은 채 19년간 감옥에 가두었다. 재판장에서 무죄를 주장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셈이다. 파라차만이 적법한 기소 절차를 밟지 못한 것은 아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 헌법은 물론 제네바 협약 등 국제법도 적용받지 않는 법치의 사각지대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갇힌 780여 명 중 단 12명만이 기소됐다. 석방된 732명 중 대부분은 본인의 구속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법적 수단도 없이 수년간 감옥 생활을 강요당했다. 관타나모 수용소가 ‘미국 인권의 흑역사’라 불리는 이유다. 2008년에는 수감자들이 물고문이나 구타 등 가혹 행위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거세게 불거졌다.

2005년부터 파라차를 방문해온 클리브 스탠퍼드 스미스 변호사는 “파라차는 처음부터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어선 안 됐다. 나는 거기서 제일 나이가 많은 그가 심장마비로 숨질까 하는 걱정에 시달려왔다”고 말했다. 또 “파라차가 드디어 풀려나서 기쁘지만, 그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공포가 어떻게 인권을 빼앗고 사람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는지를 떠올리게 하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파라차가 지난해 5월 석방을 승인받았지만, 실제 석방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때 780명에 달했던 관타나모 수감자는 현재 35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미국 정부는 현재 수감자 중 일부를 다른 나라의 수용시설로 이감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관타나모 수용소의 실제 폐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수용소 폐쇄를 약속하면서도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임기 내”에 폐쇄하겠다고만 밝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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