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어둠,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깨워라···‘다크필드 3부작’[리뷰]
어둠 속 소리와 진동 등 특수효과로 상상력 자극
초현실 세계 간접 체험하는 참여형 공연
“코마의 임상실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관객이 공연장 안으로 입장하면, 이 같은 환영 인사와 함께 휴대전화와 스마트워치의 불빛을 완전히 꺼달라는 당부를 받는다. 공연 중 공포를 느낄 경우 대처 방법까지 안내원의 짤막한 사전 안내가 이어지자, 들뜬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리던 30명 남짓 관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쳤다.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에 문을 연 LG아트센터 서울의 블랙박스 극장 ‘U+스테이지’. 무대와 좌석을 모두 들어낸 텅 빈 공연장에 길쭉한 컨테이너 3개가 나란히 놓였다. 평범한 선적 컨테이너처럼 보이는 이곳은 영국의 창작단체 ‘다크필드’의 관객 몰입형 공연(Immersive Theatre), ‘코마’ ‘고스트쉽’ ‘플라이트’가 열리는 공연장.
각각 다른 콘셉트의 공연이지만 이 3부작 공연의 출발선은 모두 ‘어둠’이다. 점차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며 어스름한 형체가 보이는, 그런 종류의 어둠이 아니다. 공연은 방향감각조차 완전히 사라지는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진행된다. 관객은 완전한 어둠 속에서 헤드폰을 낀 채 낯설고도 새로운 감각을 경험한다.
<다크필드 3부작>은 인간의 감각 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각을 차단해 시각 외의 모든 감각에 집중하게 만드는 체험형 공연이다. 3부작 가운데 ‘코마’는 3층 철제 침대가 놓인 병실처럼 꾸며진 컨테이너 안에서 진행된다. 헤드폰을 낀 채 배정된 침대에 누워 머리 맡에 놓인 알약을 삼키면, 곧 모든 빛이 사라지고 관객은 코마 상태에 빠진 듯한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누군가 내 뒤에서 웅성이는 듯한 대화 소리부터 귀에 바싹 대고 속삭이는 소리까지, 사방에서 들리는 360도 입체 음향과 이 음향에 맞게 설계된 진동, 냄새 등 특수효과가 가상체험의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침대 사이를 오가는 오싹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멀어지면, 그가 뿌린 향수 냄새도 멀어지고 발자국의 진동도 희미해지는 식이다.
비록 보이진 않으나,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다른 감각들을 열어둔 채 이 기이하고 강렬한 내러티브의 중심 인물이 되어 공간과 상황을 상상한다. 관객은 ‘고스트쉽’에선 여객선에 승선해 영혼이 말을 걸어오는 경험을, ‘플라이트’에선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비행기에 올라 ‘이세계’로 떠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관객의 체험으로 완성되는 공연이다. 영국의 극작가 글렌 니스와 음향디자이너 데이비드 로젠버그가 2016년 결성한 ‘다크필드’는 2017~2019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3부작 공연을 잇달아 선보이며 명성을 얻었고, 이후 호주·뉴질랜드·중국·미국·캐나다·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관객 30만명이 이 공연을 관람했다. 3편이 각각 다른 테마를 지닌 독립된 공연으로, 원하는 공연을 선택하거나 함께 예매할 수 있다. 공연은 11월19일까지.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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