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불꽃축제'도 사고 없었는데…주최자 없는 축제, 사고에 속수무책

하수민 기자, 김도엽 기자 2022. 10. 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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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맞는 '노 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주말 3일동안 30만명 규모의 인파가 서울 이태원 일대를 방문할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됐다. 하지만 핼러윈 축제 특성상 주최자가 없어 최소한의 질서 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질서유지 책임자 없는 축제는 대규모 압사 참사로 막을 내렸다.

핼러윈 축제 열기로 가득했던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비좁은 도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좁은 골목길에는 환자와 시민, 소방관, 경찰 등이 한데 엉켜 "살려달라"는 비명으로 가득 찼다.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동 119-7번지 일대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골목길로 이뤄져 있다. 수백명이 몰려 대형 압사사고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은 더 비좁았다. 폭은 4m 내외에 불과해 성인 5~6명이 어깨를 부딪히며 지나갈 수 있는 정도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 골목길 양옆으로 식당과 술집이 밀집돼 있어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정했다.

사람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시작한 저녁 7시 전까지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우측 통행을 하면서 어느 정도 통행이 이뤄졌지만, 그 이후에 인파로 거리가 가득 차면서 혼란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당시 뒤에서는 '야 밀어 우리가 더 힘세! 내가 이겨'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순환이 엉키면서 갑자기 (앞뒤 무리가) 서로서로 힘을 가하며 밀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경찰이나 용산구청에서 사전에 보행자의 동선을 통제하는 일방통행 등의 조처를 내렸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결과 긴급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유행 이전) 예년과 비교했을 때 사고당일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 통상과 달리 소방이나 경찰인력을 배치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핼러윈 기간 동안 하루에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만큼 최소한의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는 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5~16일 이태원 일대에서 열린 이태원지구촌축제 때만 해도 이태원로가 꽉찰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지자체가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사람들도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한 덕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뉴스1) 정진욱 기자 =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압사 추정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사진은 이날 사고가 발생한 용산구 이태원의 모습. (인터넷 갈무리) 2022.10.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구촌축제는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용산구가 후원하는 행사여서 각종 통제가 이뤄졌지만 이번 핼러윈 기간동안에는 행사주체가 없던 탓에 한방향 통행 등의 통제가 전혀 없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 세계 불꽃축제에서도 여의도엔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행사가 마무리됐다. 축제 현장엔 서울시를 중심으로 현장에는 소방재난본부, 한강사업본부, 영등포구청, 영등포 소방서·경찰서가 합동해 종합안전본부를 설치하면서 현장 안전을 관리했다.

경찰은 28일부터 30일까지 매일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태원을 찾을 것으로 보고 사흘간 경찰관 200여 명을 이태원 거리 곳곳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의 목적은 마약 범죄, 불법 촬영이나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계획이었지 질서유지가 아니었다.

사고 당일에도 경찰은 불법 촬영, 마약 등 범죄를 검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날 저녁 8시쯤 이태원파출소에서 브리핑을 가진 경찰 관계자는 "불법 촬영이나 성추행 예방 포스터를 가게에 붙이며 계도할 예정" "10시쯤 마약 순찰을 할 예정" 등의 공지 내용을 발표했다. 게다가 사고 당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집회가 벌어져 경찰 인력의 상당수가 광화문 등에 분산 배치돼있었다.

지자체의 관리도 부실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용산구청은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의 축제 기간 동안 축제 담당 공무원 약 150여명을 지원 파견했다. 하루 평균 30여명의 관리자가 십만명이 모이는 이태원 일대를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은 "이번 사고가식당이나 클럽 같은 업소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발생한 사고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지기 어렵다"며 "지자체나 기업 등 축제의 주최자가 있으면 이들을 중심으로 경찰과 협력해서 안전관리 등이 이뤄지는데 이번 사고의 경우는 안전관리를 책임질 주최 측이 없었다"고 말했다.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경찰,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핼로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에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2.10.30/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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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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