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갑질` 감당 안 돼…한반도 핵균형으로 가야"[인터뷰]

권오석 2022. 10. 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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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보 전문가`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 원장
"전술핵 재배치 등 통해 남북 핵 대칭 구도로 가야"
"北핵실험 언제해도 이상하지 않아…美중간선거 시기 주목"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남북이 핵 비대칭 상황에서는, 우리가 북한의 `핵 갑질`로 빚어지는 일을 감당할 수 없다. 남북이 핵 대칭으로 가야 한다.”

김태우(사진) 전 통일연구원 원장은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에는 이미 넘어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2012년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핵·안보 전문가다.

과거 북한의 핵무기는 수령 체제의 안정·수호를 위한 수단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은 `선제 핵 사용` 정책을 법제화할 정도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제는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으며, 핵이 없는 남한이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남북 관계를 주도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김 전 원장 생각이다.

김 전 원장은 “국력과 체력 싸움에서 우리가 압도적 우위에 있으면 남북 상생 문제는 풀린다”면서 “안보를 확고히 하고 국력을 키워 체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북한을 달래고 혼낼 땐 혼내는 등 남북 관계를 주도할 수 있다. 지금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대한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핵 갑질`이라고 표현했다. 김 전 원장은 우리나라가 북한의 이러한 `핵 갑질`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술핵 재배치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이 모두 핵을 가진 `핵 대칭` 구도로 가야 우리가 북한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은 “반드시 우리나라 땅에 핵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우리 공군기가 미국이 개발한 저(低)위력 핵탄두를 싣고 괌, 일본, 한국 등을 오가며 고정 배치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아니면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이 한반도 주변을 배회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권 내에서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나오긴 했으나 다시 잠잠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적기를 놓친 만큼, 현 정부가 남북 핵 균형 전략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는 게 김 전 원장 주장이다. 그는 “미국이 핵 공유를 반대한다 해도 이를 무릅쓰고 관철해야 한다”며 “핵 무장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한국형 3축 체계`를 강화시켜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시기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김 전 원장은 내달 8일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이 적기다. 핵실험을 하고 싶은 기술적 수요는 충만할 것”이라며 “미국에 메시지를 주기 위해 중간선거 이전에 할 가능성이 있다. 결정은 김정은 위원장 마음에 달렸다. 언제 핵실험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라고 전망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다음은 김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을 총평하자면.

△문 정권은 원칙을 위배하는 통치를 했다. ‘남북이 충돌하지 않고 상생한다’는 큰 목표에 대해 거부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북한과 그런 노력을 하는 것과 안보에 대처하는 것은 별개다. 항상 두 개의 수레바퀴가 같이 굴러가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에서도 확고하게 흔들림 없는 안보태세를 지키면서, 한편으로는 대화와 협력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통상적인 대북 관계에서 문 정부는 수레바퀴 하나인 안보를 포기했다. 대한민국을 위험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최악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안보 태세와 남북 협력 두 가지 수레바퀴를 모두 돌려야 한다.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평가하자면.

△내용 자체가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타이밍, 주변 여건 등에서 문제가 있었다. 당시 윤 정부는 문 정부가 흩트린 안보 태세를 재정비한 상태가 아니었다. 동맹을 다듬은 상태도 아니었고, 북한이 계속 핵무력을 증강하고 `대남 선제 핵사용`을 천명한 상황이었다. 이런 것과 맞물린 시점에 담대한 구상을 내놨다. 타이밍이 안 맞았다. 의아스럽다. 분위기를 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을 분석해보고 여건이 충족된 뒤에 그런 제안을 해야 하는 거다.

-통일을 위해 현 정부가 할 일이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대북 지렛대는 한정돼 있다. 북한과 대화가 안 되는 게 정부 잘못이 아니다. 북한이 우리 말을 듣기 싫으면 안 듣는 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력과 체력 싸움에서 우리가 압도적 우위에 있으면 남북 상생 문제는 풀린다. 안보를 확고히 하고 국력을 키워 체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북한을 달래고 혼낼 땐 혼내는 등 남북 관계를 주도할 수 있다. 지금은 정반대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우린 핵을 가지지 않은 상태다. 북한이 무릎 꿇을 일이 없다.

-이에 여권에서 전술핵 재배치 논의까지 나왔다.

△이미 5~6년 전부터 시작된 주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에는 이미 넘어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대응 단계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1단계는 전술핵 재배치다. 정확히는 `남북 핵 균형`을 위한 조치 중 하나다. 지금은 핵 비대칭 상황이다. 핵 대칭 상황으로 바뀌지 않으면, 북한의 `핵갑질`로 빚어지는 일을 감당할 수 없다. 핵 대칭으로 가야 한다. 물론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기 때문에, 미국의 핵 역량을 이용해서 한반도 핵 균형으로 가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핵 균형 조치 중 하나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반드시 우리나라 땅에 핵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우리 공군기가 미국이 개발한 저(低)위력 핵탄두를 싣고 괌, 일본, 한국 등을 오가며 고정 배치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아니면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이 한반도 주변을 배회하는 방법도 있다.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2단계는 핵무장이다. 북한이 길길이 날뛰고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비호하는 때가 되면 미국도 더이상 핵 비확산 정책을 고집하지 못할 거다. 한미 합의 아래 핵무장을 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2단계보다 더 상황이 악화하면, 가령 중국이 본격적으로 군사적 압박을 가해서 아시아 전체의 전략 균형이 휘청거리고 미국의 역량이 줄어 중국 주도의 질서가 도래할 수 있다. 이런 어마어마한 급변에 대비하기 위해선 미국·한국·대만·일본 4개국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핵 협력을 구축하는 3단계로 가는 거다.

-현 상황은 어느 단계인가.

△이미 1단계는 늦었다. 그렇다고 2단계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3단계는 더 미래의 일이다. 윤 정부는 남북 핵 균형 전략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 미국이 핵 공유를 반대한다 해도 이를 무릅쓰고 관철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핵 무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한국형 3축 체계`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금이 적기다. 북한은 자신의 `뒷배`인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싶은 기술적 수요는 충만할 것이다. 핵실험은 많이 할수록 좋다. 관리하면서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메시지를 주기 위해 중간선거 이전에 할 가능성이 있다. 결정은 김정은 위원장 마음에 달렸다. 언제 핵실험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다.

-통일부에 조언을 한다면.

△우리나라 헌법 4조를 보면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나와 있다. 헌법 4조에 맞는 평화 통일을 하려면 자유 민주주의 기반으로 통일을 해야 하는 건데 그러면 흡수 통일밖에 없다. 대북 정책의 목표는 북한과 평화롭게 잘 지내는 것에 있는데, 통일 정책의 목표는 흡수 통일에 있다. 통일부가 두 개의 상충하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내세워선 혼란을 극복할 수 없다. 대북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북한과 잘 지내는 노력을 하되 통일을 얘기하면 안 되는 이유다. 그렇기에 통일부는 이름을 `남북 협력부`로 바꾸고 남북 협력에만 열심히 하면 된다. 통일 문제는 대통령실, 내각, 국정원, 국방부 등 핵심 위주로 깊숙한 곳에서 전략적으로 다뤄야 한다.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임명 등 현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힘쓰고 있는데.

△지금처럼 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는 우리가 가진 비대칭 무기다. 핵무기에 버금가는 문제가 인권 문제다. 물론 북한 인권이란 `무기`를 전면에 내세워서 터뜨리면 대북 정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선으로 적절하게 가야 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입을 닫으면 안 된다.

권오석 (kwon03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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