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사진부터 약물 의혹 인터뷰까지… 이태원 압사 사고 '문제적' 보도

박서연 기자 2022. 10. 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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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연합, 흐림처리 안 해… 한겨레, 흐림처리했으나 시신 모습 보여
MBC '뉴스특보' 진행하며 '약물' 주장 인터뷰 내보내
"'악몽' '아비규환' 표현 사용은 '과어휘화'의 문제 우려"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지난 29일 밤 10시15분부터 용산 이태원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사람들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30일 오전 10시 기준 압사로 인한 사망자는 총 151명, 중상자 19명, 경상자 63명 등 총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다음 달 5일 24시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큰 인명 피해를 낳은 사고로 지상파3사(MBC·KBS·SBS)는 새벽부터 24시간 특보체제로 전환하고, 방송 예정이던 프로그램들을 결방시켰다. 30일 MBC는 보도본부 전 사원 출근을 명했다. 종합편성채널4곳(JTBC·채널A·MBN·TV조선)과 보도전문채널 2곳(YTN·연합뉴스TV)도 등도 계속해서 핼러윈 참사 사고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종합일간지와 인터넷 매체들도 계속해서 이 소식을 전하고 있다.

▲ 이태원 사고 현장 소방당국 브리핑 모습

일부 언론 시신 모습 보이게 보도

그런데 일부 언론 보도는 논란이 됐다. 한겨레는 30일 오전 12시40분 '[현장] 사상자 100명 이상… 이태원 도로 곳곳 수십구 주검 놓여'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시신 사진을 흐림처리해서 올렸지만, 기사 댓글에는 '진짜 소름끼친다 길가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거잖아' '기사본 것 중에 가장 충격을 받았네요' '아. 뉴스도 좋지만 사진 적당히 올려요... 너무하잖아' '기사 내리시죠 도가 지나치네요' '사진 내리세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후 한겨레는 논란이 되는 기사 사진을 내리고, 기사 제목을 수정했다.

매일경제도 한겨레와 비슷한 시각 '[속보] '핼러윈 인파' 이태원서 수십명 심정지...심폐소생술'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흐림처리 되지 않은 시신이 보이는 영상을 기사에 첨부했다. 이 기사에도 '모자이크 하더라도 사고 피해자 동의받고 올리시는 사진들인가요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런 사진은 왜 올리냐. 이건 언론들 좋으라고 생긴 사건이 아니라고'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후 한 건의 영상이 삭제됐다.

연합뉴스는 30일 오전 1시께 '악몽된 이태원 '핼러윈 주말밤'…비명·울음 뒤엉켜 '아비규환''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서울 이태원 도로에 쓰러진 환자들' 제목의 사진이 첨부됐는데, 해당 사진은 사망자들의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누리꾼들은 '덮은 거면 환자가 아니라 시신 아닌가' '저런 사진을 그냥 올리네 자세히 보니 그런 듯' '기자가 진짜' '이런 사진을 써도 되나요?' '얼굴 덮은 사진은 쓰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사고 현장에서 얼굴 덮은 거 무슨 의민지 알면서 기자는 왜 이 사진을 쓰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연합뉴스도 논란이 되는 사진을 다른 사진으로 교체했다.

'한국기자협회'가 정한 '재난보도준칙' '선정적 보도 지양' 조항을 보면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도 자제한다.

사건과 관련해 명확히 입증 안 된 '약물' 이야기 퍼져

이번 사건과 명확한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은 '마약' 관련 소식이 퍼져나가기도 했다. MBC는 '뉴스특보' 체제를 진행하던 중 이번 사건이 '약물'과의 관련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시민과 전화 연결을 해 논란이 됐다. 긴박한 상황에서 목격자 인터뷰를 할 수 있지만, 앵커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MBC 앵커가 “현장에 계신 시민 인터뷰가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현장 상황이 어떤지 보이는 그대로 전해달라”고 말하자, 전화 연결된 목격자 A씨는 “119랑 경찰관들이 해밀턴 호텔 쪽으로 뛰어가더라. 처음에는 압사 사고가 났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만히 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이 쓰러지고 이송이 되고 있는 거다. 근처 가게 올라가서 자초지종을 여쭤봤는데, 길 건너에 빽다방 쪽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고 들어서 단순 압사 사고는 아니라고 말씀을 해주시더라”고 말했다.

▲사진=대통령실 이태원 핼러윈 사고 긴급상황점검회의.

그러자 앵커는 “단순한 압사사고가 아니라고 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돌고 있냐”고 되물었고, 목격자 A씨는 “제가 듣기로는 이태원에서 약이 돌았다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약물이라든가 생화학적인 뭔가가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렇지 않고서는 나오시는 분들이 외상이라든가 그런 게 크게 보이지 않았어요. 환자들이”라고 답했다.

앵커는 이어 “지금 많은 분이 그런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인데, 현장에서는 그런 이야기도 돌았다는 말씀. 물론 추정입니다만. 그런 이야기를 해 줬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환자가 A, B, C, D, E 등 여러 술집이나 카페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가. 거리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가”라고 묻자, A씨는 “거리에서 발생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MBC 앵커는 “정말 조심스러운 추정이긴 합니다만, 목격자님께서 보시기엔 단순한 압사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엉키면서 밟히면서 일어난 사고는 아니라고 말했다”고 다시 한번 정리하는 말을 했고, A씨는 “외상이 있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후 에펨코리아, 뽐뿌 등 커뮤니티에서 해당 인터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인터뷰하는 사람 생각을 여과 없이 내보내도 되는 건가' '인터뷰이 진짜 너무 막 구한 것 같은데. 외상이 전혀 안 보여서 압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더라' '일반 시민이 카더라 말하는 것 같은데 이건 좀 그렇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기자협회'가 정한 '재난보도준칙' '유언비어 방지' 조항을 보면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 '단편적인 정보의 보도' 조항을 보면 사건 사고의 전체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단편적이고 단락적인 정보를 보도할 때는 부족하거나 더 확인돼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를 함께 언급함으로써 독자나 시청자가 정보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악몽' '아비규환' 표현 사용은 '과어휘화'의 문제 우려”

이날 적지 않은 언론이 기사 제목에 '아비규환' '악몽' 이라고 묘사했는데 재난 보도에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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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보도 방송에 사용된 자극적 표현 연구'(서은아 상명대 기초교양대학 조교수·김형주 상명대 국어문화원 특임교수) 논문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를 다룬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의 정규 뉴스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자극적 표현' 사용 실태를 점검했다.

이 논문은 “피해 상황을 과장하는 극단적 표현으로 '아비규환'과 '아수라장'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들 표현은 정확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언론의 감시 기능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뉴스 진행자의 직접적인 감정 표현으로는 '안타깝다'를, 수사적인 감정 표현으로는 '악몽'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피해자 가족의 감정 표현으로 '오열하다'와 '항의하다'를 많이 사용했다”며 “이들 표현은 '과어휘화'의 문제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사용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미디어오늘에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예기치 못한 대형참사다 보니 상황과 실태를 빨리 전하려다 블러처리 안 한 사진 등 쓰면 안 되는 사진들이 나갔다. 빨리 수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한 뒤 “SNS와 커뮤니티 같은 곳에 영상 사진이 무차별적으로 올려지고 있다. 사상자나 고인의 모습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데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 삭제라든지 블러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이어 “시민들도 지금의 실태를 고발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공개할 것과 말 것을 구분한 절제가 필요하다. 언론은 가이드라인이 이미 갖춰져 있다. 이를 잘 생각하면서 취재 보도해야 한다”며 “보도보다 더 중요한 건 신속한 조치다. 원인을 빨리 규명해서 재발 대책을 내놔야 한다. 게임 중계하듯이 서로 경쟁하듯이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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