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차 없는 거리’, 일본은 ‘심야 술 금지’로 핼러윈 대비했다는데…
뉴욕 맨해튼, 도쿄 시부야 등 안전사고 예방 사전조치 눈길
외국 전문가들, “군중 밀집도 예측·감지 프로세스 없으면 재발 위험”
핼러윈을 이틀 앞둔 29일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1명이 사망하는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해외 각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각국은 핼러윈을 앞두고 ‘차 없는 거리’ 설정, 심야 술 판매 금지 등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사전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 전문가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형 행사에는 군중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각국, 핼러윈 안전 위한 사전조치 주목 =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해외 각국의 사전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매년 전국적으로 성대하게 핼러윈을 기념하는 미국의 경우 지역 곳곳엣 교통사고 위험을 낮추고자 차량을 통제하는 곳들이 있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은 핼러윈 당일인 오는 31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맨해튼과 브루클린, 브롱크스, 퀸스 등지의 거리 약 100곳을 일시 폐쇄한다고 현지 타임아웃 등 현지 온라인 매체들이 전했다. 도심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워싱턴 지역방송인 WUSA9가 분석한 2011∼2020년 통계를 보면 평상시에는 18세 미만 인구의 일평균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0명 안팎에 그치지만, 핼러윈 기간에는 40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도 핼러윈을 목전에 두고 강력한 사고 예방책을 시행 중이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6월 주변에 주의를 주는 파티와 행사를 영구적으로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창궐 직후인 2020년 8월 모든 파티에 대한 금지 조치를 미국에서 전 지역으로 확대 적용했고, 이후 파티 관련 신고가 44% 가량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영자지인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최근 핼러윈을 앞두고 수도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에 경찰력을 배치하고 이 지역의 심야 음주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방역 조치가 완화되는 ‘위드 코로나’ 기조로 방문객이 늘 것으로 전망되자, 주취자들로 인한 사고 발생을 줄이고자 시행한 조치다.
시부야구는 이달 28일 오후 6시부터 다음달 1일 오전 5시까지 공원과 도로 등 일부 지역에서 야간 노상 음주를 금지하고, 편의점을 비롯한 점포 30여 곳에 31일 밤부터 다음 달 1일 새벽까지 주류 판매를 자제하도록 요청했다.
◇외국 전문가들 “군중 관리할 기획·인력 필요” =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 이번 참사 소식을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라이브 페이지에서 압사 사고와 관련한 군중 안전 전문가들의 진단을 전했다.
군중 시뮬레이션과 바이오정보학을 연구하는 마틴 에이머스 영국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대형 이벤트에는 군중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획과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이머스 교수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위험하게 높은 군중 밀집도를 예측·감지·방지하는 적절한 군중 관리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일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서퍽대 방문교수이자 군중 안전 문제 전문가인 G 키스 스틸 교수는 이런 사고가 좁고 사방이 막힌 곳에 사람들이 빽빽 들어찬 상태에서 미는 것 같은 움직임이 있어 군중이 넘어질 때 일어난다면서 ‘도미노 효과’와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이태원 참사 현장 목격자들 사이에서는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졌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스틸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 있다면 군중 전체가 하나처럼 넘어지고,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군중 속에 갇힌 사람들이 위아래로 압박을 받아 폐가 팽창할 공간이 없어 숨을 쉬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틸 교수는 압박성 질식 등이 시작되는 데 6분가량 걸린다고 설명했다.
CNN 방송의 윌 리플리 기자는 이번이 3년 만에 코로나19 관련 제한이 없는 첫 핼러윈 행사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마스크 착용 의무도, 군중 규모에 관한 제한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WP는 ‘서울 압사사고는 어떻게, 어디서 일어났나’라는 제목의 별도의 기사에서는 이번 비극의 원인이 여전히 조사 중이지만, 현장 영상을 보면 좁은 거리와 골목길이 몰려드는 인파의 규모를 감당할 수 없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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