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이태원 참사 영상 공유 중단해야"

2022. 10. 30. 14: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혐오 표현 자제해야…국가 차원 심리적 트라우마 우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한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 달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학회) 성명이 나왔다.

30일 학회는 "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인해 국민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됐다"며 "이번 참사로 인한 추가적인 심리적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행동 준칙을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학회는 우선 "여과 없이 사고 당시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학회는 "사고 당시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 명예를 훼손해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진 공유 등이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며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학회는 요청했다.

아울러 학회는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 역시 스스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권했다.

학회는 또 특정 집단을 모욕하는 혐오 표현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회는 "재난 상황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하고 회복을 방해한다"며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해 재난 상황을 해결하는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아울러 언론을 향해서도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학회는 "취재보도 과정에서 피해자 명예와 사생활 등 개인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사건 초기 일부 언론은 현장에 있었던 이들을 대상으로 '마약이 돌았느냐' '연예인이 왔느냐'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질문을 해 언론 관계자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학회는 "이번 참사로 사망한 분들의 유가족과 지인, 부상당한 분들과 가족, 목격자, 사고대응인력 등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큰 충격이 예상되며 대규모의 정신건강지원이 필요"하다며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대유행을 비롯한 국가적인 재난상황에서처럼 민간 전문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학회 성명서 전문.

▲어린이대축제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전남 곡성군 섬진강기차마을 매표소에 공연 취소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전날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로 축제 무대 공연 및 핼러윈 행사가 취소됐다. ⓒ연합뉴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태원 참사에 대한 성명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참사에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 가운데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애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떠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주변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또한 더 이상의 희생 없이 부상을 당한 분들이 완쾌되길 기원합니다. 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국민들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한 추가적인 심리적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합니다.

1)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을 권합니다.

2) 혐오 표현의 자제가 필요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시키고 회복을 방해합니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여 재난 상황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3)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언론은 취재보도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인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이번 사고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올바른 정신건강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등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전문가의 사회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피해를 입은 분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분들의 유가족과 지인, 부상당한 분들과 가족, 목격자, 사고대응인력 등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큰 충격이 예상되며 대규모의 정신건강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대유행을 비롯한 국가적인 재난상황에서처럼 민간 전문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당한 분들이 건강하게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국민이 안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국가의 재난정신건강지원시스템이 마련되는데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함께 하겠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오강섭
재난정신건강위원장 백종우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