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회의는 인파 대책보다 방역·마약에 집중[이태원 핼러윈 참사]
특정 지역 인파 밀집 우려에도 안전대책 비중 안 높여
핼러윈을 맞아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경찰·소방 당국과 용산구 등의 현장 투입 인력은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최나 주관이 명확한 행사와 달리 책임 소재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행정력의 대응이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30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용산구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등은 지난 26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유흥시설 및 음식점 방역수칙 등 지도점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 내용은 주로 생활방역 준수, 시설물 관리, 마약류 매매 알선 방지 및 식중독 예방관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핼러윈 행사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경우’에 대해서는 영업장 앞 도로위 테이블 등 시설물을 자율적으로 철거하는 수준이었다.
용산구는 다음날인 27일에는 부구청장 주재로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27~29일 3일 동안 직원 150여명을 동원해 비상근무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하루 근무자는 50명에 불과한 데다 특히 순찰·안전조치 인력은 하루 2명 꼴에 불과했다. 대부분 방역, 코로나 민원, 노점 단속, 차량 견인 등이었다.
용산소방서가 지난 25일 작성한 ‘2022년 핼러윈 데이 소방안전대책’을 보면 이태원 안전센터를 중심으로 48명의 의용소방대원을 집중 배치했지만 순찰조는 하루 12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력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경찰력 부족이 서울 광화문 등에서 집행된 집회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9일 하루 약 13만명의 승객이 이태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 전인 2017~2019년 같은 기간 이태원역 하루 승객이 최대 9만~10만명이었던 규모를 웃돈다.
경찰·구청·소방 등의 대응인력이 적었던 것에 대해 해당 기관과 상인들은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행사를 주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나 용산구는 안전을 위한 인력을 해당 지역에 따로 집중 배치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대규모 인력을 배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는 “핼러윈이 되면 외국인이 많은 지역인 이태원으로 자연스럽게 몰리는 것이지 특정 단체나 기관이 주최하는 행사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면서 “크리스마스에 (도심 곳곳에) 사람이 많아지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실제로 지난 15~16일 이태원역 일대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의 경우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용산구가 후원하는 형태로 이뤄져 행정력이 일부 투입됐다. 용산구 관계자는 “(2주전)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는 이틀간 총 1078명의 구청 직원이 파견돼 안전관리와 질서유지 업무 등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틀간 축제에는 100만명이 다녀가 핼러윈 기간보다 6~7배 달하는 인원이 방문했으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자치구가 차량과 보행을 통제하며 대로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이에 3년간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핼러윈을 앞두고 한꺼번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제대로 예측 및 대비하지 못해 사고가 터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지난해 핼러윈 기간이었던 10월29부터 3일간은 서울시와 각 자치구 공무원과 서울시민생사법경찰, 자치경찰이 128명이 16개조를 이뤄 방역 수칙 준수여부 등 특별 방역 관리를 위한 합동 단속 등을 펼친 바 있다. 해당 기간 인파가 주로 몰리는 용산과 마포, 강남, 서초를 중심으로 한 순찰이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는 “경찰에서 열심히 통제를 해줬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미처 통제가) 안 된 측면이 있을 것 같다”면서 “지난 2년 동안은 영업시간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감시하는 경찰이 가게 바로 앞을 지키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 정도로 골목 곳곳까지 들어오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0301207001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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