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얼굴 여과없이 노출된 이태원 참사···“일렬로 놓인 시신 사진까지, 끔찍했다”[이태원 핼러윈 참사]

SNS 통해 실시간으로 사진·영상 등 전파
사상자 지근거리에서 촬영한 영상물까지
집단 트라우마 우려에 “유포 그만” 비판도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지난 29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참사 현장이 적나라하게 게시돼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고인에 대한 모욕이자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며 게시물 내릴 것을 요구했다.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고 현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사상자들의 신체와 얼굴은 SNS에 게시된 사진과 영상을 통해 여과없이 전파됐다. 참사 현장을 무분별하게 촬영하고 퍼트린 모습을 두고 ‘참혹한 참사 현장을 관전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도 참사 사망자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사진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겉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30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전날 밤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고 현장 사진과 영상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신체를 드러낸 채 누워있는 사상자들의 모습도, 길가에 쓰러진 채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모습도 있었다. 파란천에 덮인채 일렬로 누워있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찍거나, 구급차에 이송되는 사상자들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촬영한 영상물도 있었다. 압사 사고 발생 당시를 촬영한 영상도 계속 돌았는데,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거나 이미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진 사람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참사 현장을 목격한 A씨(28)는 통화에서 “경찰이 촬영하지 말라고 외치는 등 수차 제재를 했지만 현장이 아수라장이다보니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멀뚱히 서서 촬영하는 태도가 충격적이기도 했고, 이런걸 고스란히 SNS에 올려도 되는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인 B씨(30)도 “현장도 현장이지만, 지금까지도 온라인이나 SNS에 유통되고 있는 참사 현장의 사진과 영상이 더 충격적”이라며 “SNS를 통해 참사 상황을 보다 빠르게 접한 것은 맞지만, 올라온 게시물들은 시신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고 했다.

참사 현장의 사진이 무분별하게 온라인에 유포되자 SNS를 중심으로 ‘참사 현장 촬영물을 유포하지 말라’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페이스북 이용자 C씨는 참사 피해자의 모습이 담긴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고 ‘이런 사진은 유족들에게 너무 힘들 수 있는 것 같다. 얼굴을 가려주거나 내리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했다. 이용자 D씨는 ‘사상자들의 모습을 전시하듯 촬영하는 것이냐’고 했다. 트위터에서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이용자 F씨는 “CPR을 하려면 상의를 벗기거나 잘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이 올린 영상을 보면 치마 입고 있는 여성분도 많은데 왜 남의 취약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인터넷에 올리느냐”고 적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지난 29일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해 인근 도로에 구급차가 서 있다. |권도현 기자

SNS에 유통된 영상을 그대로 보도한 언론을 향한 비판도 있었다. 전날 참사가 발생한 직후 일부 언론은 사건의 참상을 전하면서 SNS에 게시된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송출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참사의 실상을 빠르게 알리려는 시민·언론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대형 참사일 수록 피해자에 대한 인격권은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고인에 대한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참사 현장이 최소한의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그대로 유통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고 지적했다.

수사당국과 플랫폼 사업자들은 참사 현장 촬영물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트위터코리아는 “이태원 사고 현장 이미지와 영상을 트윗할 시에 정책을 참고해주시고, 문제 트윗을 발견하면 신고해달라”며 “민감한 게시물의 리트윗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경찰청은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 개인정보 유출행위 등 온라인상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