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보증 잔액 `4조` 넘었지만… HUG, 요건 완화 검토

김남석 2022. 10. 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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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최근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개발사업을 진행중인 시행사와 건설사의 어려움이 커지자 도시주택보증공사(HUG)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증 요건 완화를 추진한다.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 이미 4조원 규모의 보증 잔액이 남아있는 HUG의 보증 규모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HUG에 따르면 지난 25일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 부동산개발협회 등 건설 관련 유관기관과 NH농협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 함께 진행한 간담회에서 나온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 해결 건의사항을 반영해 HUG의 PF 대출보증 상품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행사와 건설사 등은 집값 하락,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PF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레고랜드 문제로 PF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워지자 시중은행에서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HUG의 보증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HUG는 시공순위 최대 700위까지 보증을 발행하고 있지만, 시공순위와 관계없이 정상적인 사업장은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입장이다.

은행들이 신규 PF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어 1~2주 내 부도위기에 처하는 사업장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HUG는 업계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확한 금액은 밝히기 어렵지만 아직 PF대출보증 한도에 여유가 있어 요건 완화를 통해 보증금액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서울과 수도권 주택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사업성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은행권이 PF 대출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반대로 보증 한도를 올리는 것이 PF 대출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HUG의 PF대출보증 잔액이 4조원에 달하고, 사업성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둔촌주공조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에 한 차례 실패할 정도로 자금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은행권이 거절한 사업장에 대해 무리하게 보증을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출보증 확대는 결국 시중은행의 위험을 HUG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여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HUG는 올해 3분기에만 7820억원의 PF대출보증을 승인했다. 전년 동기(3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올들어 현재까지 보증 금액은 1조3470억원으로 이미 전년 한 해 금액인 1조4280억원에 육박한 상태다. 그동안은 까다로운 보증요건과 KB국민, 우리, 하나, 부산, 수협은행 등 협약을 체결한 5대 시중은행의 심사까지 거쳐 사고 발생이 적었다. 최근 10년간 HUG의 PF대출보증 사고는 3건(613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금융위기 당시 주택분양 보증사고가 급증했던 것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른 보증상품 리스크 관리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던 작년은 분양보증 사고가 1건도 없었지만, 2008년 분양보증사고는 49건으로 금액은 3조525억원에 달했다. 2009년에는 3조5827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보증요건 완화가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HUG 관계자는 "HUG에서 다루는 PF보증은 사업 초기 위험성이 높은 브리지론이 아니라 착공 이후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본PF"라며 "요건이 완화되더라도 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시중은행의 위험이 HUG에 전가된다는 지적은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HUG의 보증이 공적자금 성격이 강한 만큼,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HUG의 보증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보증요건 완화로 인해 기존보다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필요한 선택"이라며 "PF대출 위축으로 인해 민간주택은 물론 임대주택, 공공주택 공급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 HUG를 통해서라도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보증 금액이 커지고, 위험성이 높아진 만큼 사업장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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