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위로금·장례비 지원(종합)
한덕수·이상민·조규홍, 애도 리본 패용하고 브리핑
빠르면 오늘 중 서울 시내에 합동분향소 설치
이상민 행안 “경찰 상당수는 광화문 쪽 배치”
“경찰·소방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 아니다”
정부가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 중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와 관련해 이날부터 오는 11월 5일 밤 12시까지 일주일 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참사가 발생한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사고 사망자 유족에게 위로금과 장례비, 부상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긴급대책회의 후 브리핑에서 “어제 이태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참담한 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어젯밤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사망자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상자 분들도 빠른 회복을 위해 정부도 필요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새벽 윤 대통령 주재 회의 직후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각 부처는 수습본부를, 서울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즉시 가동했다.
◇10월 30일~11월 5일 일주일 ‘국가 애도기간’…조기 게양, 공무원 리본 패용
먼저 정부는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날부터 오는 11월 5일 밤 12시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하기로 했다. 한 총리는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도기간에는 모든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시급하지 않은 행사를 연기한다.
애도기간에는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한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한 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민방위복에 검은 리본을 패용했다.
이어 한 총리는 “서울시 내에 합동분향소도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이태원 사고 관련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오는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용산구는 이태원 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차리기로 했다.
◇용산구 특별재난지역 선포…유족에 위로금, 사망자 장례비, 부상자 치료비 지원
정부는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이 속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한 총리는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치료비 등 필요한 지원을 다 하겠다”며 “외국인 사상자에 대해서는 재외공관과 적극 협의해 지원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용산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유족들에게 위로금, 다치신 분들에게 치료비,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장례비, 그 밖에 필요한 일체의 지원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지방정부와 합동으로 상당 수준으로 중앙정부가 지원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사망자에 대해서는 복지부, 서울시 등과 합동으로 장례 지원팀을 가동한다”며 “부상자 치료에 총력 대응하며 부상자 가족 등에 대한 심리치료를 위해 국가트라우마센터 내에 이태원 사고 심리지원팀을 구성·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10여명 아직 신원 확인 안돼…미성년자나 외국인, 확인 어려워
이태원 압사 참사로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 90% 이상은 신원이 확인됐지만 10여명 정도는 아직 미확인 상태다. 이 장관은 “17세 미만은 주민등록이 아직 형성되지 않아 신원 확인을 일일이 사진을 통해서나 유족들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외국인도 그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151명 중 외국인은 19명이다. 이들의 국적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노르웨이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 국적자는 없다. 피해자 대다수는 10대와 20대이고, 사망자 성별은 남성 54명, 여성 97명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부상자와 사상자는 수도권 59개 병원에 분산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상자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저희(복지부) 공무원, 지자체, 대한의사협회 등과 협력해 밀착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조 장관은 “42개 장례식장에 분산 안치되어 있는 사망자에 대해서는 지금 서울시가 2인 1조로 팀을 구성해 지원하고 있다”며 “복지부와 장례문화진흥원에서도 같이 지원해 차질 없는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광화문 보수·진보 집회에 경력 상당수 배치…이태원엔 평시 수준
경력(警力) 상당수는 전날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이 아닌, 보수단체와 양대 노총이 집회를 연 광화문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에 배치된 인원은 평시 수준이었다. 이 장관은 이태원에 사고를 막기 위한 경력을 배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제(29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 경비병력들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정부와 경찰 당국은 이태원에는 과거 핼러윈 축제 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전망했다는 게 이 장관 설명이다. 그는 “(2020~2021년의)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예년의 경우와 비교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어제도 (광화문 시위에) 많은 시민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경찰 경비병력 상당수는 광화문 쪽에 배치돼 있었다”며 “이태원은 (모일 것으로 예상된 인원이) 전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그 쪽에는 평시와 비슷한 수준의 경력이 배치되었다”고 했다.
또 이 장관은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보수단체 자유통일당이 오후 1시부터 집결해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1만여명이 모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모인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오후 2시부터 숭례문 인근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10·29 공공노동자 총력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5만여명이 모였다. 모두 6만여명이 광화문 일대에 집결한 셈이다. 전날 밤 이태원에는 경찰 추산 10만여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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