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핼러윈 코스프레인 줄 알았다”…이태원 참사 키운 무서운 오해

‘경찰복 코스프레’, 경찰제복장비법 위반인데 개선 안 돼…유사 경찰제복 착용시 6개월 징역형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저거 진짜야? 가짜지? 핼러윈 복장이지? 이러면서 사람들이 비키질 않는 거에요."(10월29일 한 목격자)

10월29일 밤 일어난 이태원 참사에 기름을 부은 원인 중 하나가 실제 경찰과 핼러윈 코스튬(복장)을 구분 못한 시민들의 오해라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현장 통제를 하러 온 경찰들을 핼러윈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착각하면서 초동 대처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경찰과 유사한 복장 착용은 6개월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30일 오전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핼러윈 복장을 한 외국인이 서 있다. ⓒ 연합뉴스

인터넷에서 '할로윈(핼러윈) 경찰 의상'을 검색하면 경찰 제복과 비슷한 복장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상당수 발견된다. 10월30일 기준 네이버 쇼핑몰에서 해당 키워드로 검색되는 상품은 약 1만8000건에 달한다. 핼러윈 대목인 10월 마지막주를 앞두고 상품 관련 문의를 한 댓글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중고 사이트에서도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또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SNS에서는 경찰 유사 복장을 입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소위 '경찰 코스프레'는 엄연히 범법 행위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1항에 따라 "자격이 없으면서 법령에 따라 정해진 제복, 훈장, 기장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사용한 사람"은 관명사칭에 해당돼 1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진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사 경찰 제복은 더 무거운 형량이 적용될 수 있다.

2015년 말 시행된 경찰제복장비법에 의해 누구든지 유사 경찰 제복∙장비를 착용한 사람은 6개월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게다가 이를 만들거나 판매∙대여한 사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의 명예를 지키고 경찰 사칭 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처럼 7년 가까이 위법으로 간주되고 있는 행위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셈이다.

10월30일 네이버 쇼핑몰에서 '할로윈 경찰'로 검색하면 나오는 유사 경찰 제복 판매처. 유사 경찰 제복 제조·판매는 경찰제복장비법에 의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법 행위다. ⓒ 네이버 쇼핑몰 캡처

경찰 코스프레는 매년 핼러윈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가 핼러윈 때 유사 경찰 제복을 입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다. 2014년 11월 당시 핼러윈이 한 달쯤 지난 시점에 인스타그램에 경찰복을 입은 사진을 올린 게 화근이었다. 승리 측은 "핼러윈 파티를 위해 대여업체에서 빌린 옷"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 이태원 사태에서도 실제 경찰을 코스프레로 오인한 시민들의 착각이 화를 키웠다는 후문이 나온다. 사고가 일어난 29일 밤 서울경찰청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현장 통제와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SNS에 공유된 현장 영상 중에는 경찰이 인파 사이로 들어가지조차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이 목이 쉰 채로 시민들을 인도로 유도했지만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는 전언도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30일 오전 9시40분 기준 사망자 151명, 부상자 82명이 발생했다. 한남동 주민센터에서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총 2249건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29일 밤 이태원에 몰린 인파는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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