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채권 발행 확대로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푼다

금융당국, 특수채 발행 최소화
채권 종목별로 점검
채안펀드 자금 3조로 확충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의 해외채권 발행 확대가 추진된다. 사진은 24일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금융회사들의 해외채권 발행 확대가 추진된다. 금융당국이 자금경색을 풀기 위해 전방위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금융회사의 해외채권 발행 확대의 길까지 열어주면서 이번 사태의 조기 해결을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사들이 모여 자금 시장 안정을 논의한 자리에서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채권 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내에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시장 안정 효과도 있는 해외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채권 시장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한전채의 해외 발행이 유도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신용도가 높은 공기업의 자금 조달을 은행 대출로 돌리고 해외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도록 유도해 시장에 공급되는 채권 물량 압박을 풀어주자는 차원이다.

금융위도 최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시장 경색 상황을 고려해 산금채를 비롯한 특수채 발행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국내 발행을 줄이는 대신 해외에서 발행을 확대하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지난 26일 일본에서 200억엔(약 193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엔화 표시 채권)를 0~1%대의 금리로 발행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해외채권 발행이 환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발행을 자제시켜왔지만 최근 국내 자금 시장을 고려하면 해외채권 발행이 유리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해외채권으로 들어오는 자금을 환헤지하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해 환율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아울러 정부는 기존의 매입 채권에 대한 관리를 총량 관리에서 종목별 점검으로 바꿔 매일 시장을 점검하는 등 단기 자금 시장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일부 채권의 문제가 자금 시장 전체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다음주 중에 3조원 규모의 채안펀드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을 개시하고 산업은행을 통한 증권사 CP 2조원 매입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대적인 자금 투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강길홍기자 sliz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