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김기동 감독의 반문, "이대로 가는 게 옳은 걸까요?"

김태석 기자 2022. 10. 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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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양재)

▲ 피치 피플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내년 얘기를 했더니 특유의 유쾌함으로 질문을 받는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하하 웃으며 말을 이어가지만, 그 속에는 쉽지 않은 얘기가 가득했었다.

김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자타공인 K리그 최고의 명문이자, 투자 대비 최고의 고효율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명문이라는 자긍심과 투자 대비 성적이라는 효율적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나, 김 감독이 부임한 후 포항은 꾸준히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그래서 포항을 향한 외부 평가는 굉장히 드높다. 팬들도 김 감독의 지도력을 크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 수년 간 같은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이어져온 시즌 성과에 조금은 지친 기색이었다. 포항에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사실상 안겼던 인천 유나이티드 전후에는 몸져눕기도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내년에 창단 50주년을 맞이하는 포항이 더 큰 야망을 가진 팀이 되길 바랐다. 말만 명문이 아니라 우승컵이라는 결과물이 따르는 명문이 되길 바랐고, 그만한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Q. 시즌 끝나니까 홀가분하지 않나?

"어떤 맥락에서는 시원섭섭하죠. 어찌 보면 올 시즌에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좀 더 치고 올라갈 기회를 살리지 못한 건 아쉽습니다. 그래도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 성적으로 마무리해서 다행스럽네요."

Q.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해야 하는 내년 걱정이 클 법도 한데

"창단 50주년이라 굉장히 중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하는데 추춘제로도 바뀌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계속 얘기를 하고 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지원을) 좀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저도 좀 편하게 노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팬들은 힘들어도 '김기동이 있으니까'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왜 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거죠?(웃음)"

Q. 그렇게 생각하는 팬들이 많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죠. 감독에게 주어진 책임이기도합니다. 그런데 매 시즌 뼈를 갈아오며 한 것 같아요. 너무 몰입하다보니 지난 4년이 제게는 1년처럼 느껴졌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는 사실상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거의 결정되는 상황이었잖아요? 그 경기 전후로 사흘간 결막염에 걸리고 링겔도 맞고 그랬습니다. 눈이 퉁퉁 부어서 앞도 보지 못하는데 선글래스 쓰고 있고, 그렇게 사흘을 보내다 끝나니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인천전이 끝난 후 버스에서 내리니 한 번에 무너지더라고요. 주변에서 코로나19에 걸린 게 아니냐는 말을 해서 검사도 받았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안 힘들 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좀 없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웃음). 아, 구단에 영입해달라고 얘기 좀 해줘요. 나도 힘들어(웃음)."

Q. 주변에서 혹은 팬들이 김기동 감독이니까 혹은 당연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문제죠. 그러면 저와 선수들만 힘드니까. 그렇지 않나요? 어떤 욕심을 내야 하는데, 그저 편하게 우리는 강등만 안 당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클럽에 야망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것인가?) 그렇죠."

Q. 내년에 50주년을 맞이하는 명문 포항의 지도자라서 다른 팀 감독이 못 느끼는 고충도 있을 듯한데

"팬들의 눈높이가 얼마나 높으신지(웃음), 혹은 제가 투자 대비 눈높이를 제가 너무 높여놓아서 그런 걸까요? 하하. 축구가 조금 재미없어지면, 혹은 경기 내용이 안 좋아지면 제가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고민이죠. 때로는 내려서서 수비하고 싶은데 하하. 굉장히 싫어하시니까."

Q. 늘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줬지만, 내년에는 팬들이 트로피를 원하지 않을까 싶다. '옆 동네'가 트로피를 가져갔으니까 더욱 그럴 것 같은데

"사실 저도 이젠 욕심이 나요. 그래도 어떤 거라도 성적을 내고 싶고, 우승컵 하나 들어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죠. 팬들도 당연히 그러시겠죠? 그래서 투자에 대한 얘기도 좀 하고, 선수 수급에 대해서도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구단과 그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팀에 남아야 할지,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 팀을 생각해봐야할지 고민이 되네요. 계속 이렇게 가는 게 옳은 것인지 말이에요. 사실 여기에서 더 좋아질 게 없거든요. 더 좋아질 게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선수들에게도 그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3위를 했지만, 투자 대비 선수 대비 정말 고생 많았다고. 내 마음 속에 우승은 너희들이라고."

Q. 이 정도만 해도 준수하다는 평이 포항을 바라보는 잣대에 있는 것 같은데

"투자로 이어지는 문제죠. 어쨌든 전북이라는 팀은 5연패 하기 위해 계속 투자를 이어가 우승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팀으로 변모해가고 있고, 울산은 17년 동안 하지 못한 우승을 해야 한다는 목표와 야망을 가지고 투자를 계속해온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우리도 행정하는 측면에서 그런 지원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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