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 “밀지 마”…도미노처럼 쓰러져 겹겹이 ‘아비규환’

조응형기자 2022. 10. 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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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들이 전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경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 있는 이곳에서 일부 인원이 사람들에 밀려 넘어지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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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이태원서 발생한 안전사고.(온라인 커뮤니티 제공)
목격자들이 전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선 10만 명 넘는 인파가 몰리며 151명이 사망하는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장소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로 연결되는 폭 4m, 길이 45m가량 좁은 골목이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경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 있는 이곳에서 일부 인원이 사람들에 밀려 넘어지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 ‘밀어!’, ‘밀지 마!’ 참사 부른 무질서

내리막길 중간쯤에서 사람들에게 깔렸다가 가까스로 구조된 최승헌 군(17·충남 서산 거주)은 “사람들이 갑자기 밀려서 넘어졌다. 넘어지기 직전에 뒤쪽에서 ‘밀어!’라는 외침이 들렸고, 앞에선 ‘밀지 마’라는 목소리가 들렸다”며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뒤에서 미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넘어졌다. (넘어졌을 때) 앞사람 등에 완전히 얼굴을 파묻은 채였고 뒷사람이 내 몸 전체를 깔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에 깔린 뒤 10분 정도가 지나서 경찰이 왔고 다시 10~15분 정도가 지나 119 구급대원이 왔다”며 “구조될 때 옆에 있던 사람이 깔려서 못 움직이는 것 같아 잡아줬는데, 많이 다쳤는지 피가 너무 많이 나와서 내 다리에도 피가 묻었다”고 했다.

29일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목격자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한 사고 시각은 오후 10시에서 10시 30분 사이다. 최 군은 “10시 10분쯤부터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 넘어져서 일어나려고 해도 다시 밀어서 넘어지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했다. 이모 씨(25·경기 화성시 거주)는 “10시 30분경부터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어서 신고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119 구조대는 오후 10시 50분쯤부터 오기 시작했다. 구조대원이 도착했을 때도 사람들이 끼어있어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극적으로 사고를 피하거나 구조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기도 했다. 유성주 군(17·충남 서산 거주)은 “나는 내리막길 위쪽에 있어서 넘어지지 않아 구조될 수 있었는데, 내 앞에 있던 사람은 선 채로 실신했다”고 했다. 오후 11시가 넘어 탈출한 이모 씨(25)는 “빠져나와서 둘러보니 온 사방에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었다. 구조대원들이 끼어 있는 사람을 한 명씩 꺼내 심정지 된 사람에게 심장 마사지를 했다”며 “친구가 다리를 다쳐서 못 움직였는데 응급환자를 먼저 옮기려다 보니 2시간 동안 붕대를 감은 채 길에 앉아 있었다”고 했다.

29일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 인명 구조 나선 시민들

사고 당시 시민 중엔 구조 인력이 도착하기 전 인명 구조 활동에 나선 이들이 다수 있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최초 신고가 접수된 오후 10시 15분경 2분 만에 일부 구조대원이 도착했지만, 현장 인파가 많아 초기 진입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인 유학생 사다 씨(21)는 “골목 옆 술집 발코니에 있던 사람들이 골목에 끼어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끌어 올리거나 물을 갖다주기도 했다”며 “경찰들이 빠져나갈 방향을 설명했는데 제각각이라 혼란이 있었다. 움직이지 못한 채로 1시간가량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김모 씨(34)는 ‘제발 도와달라’는 여성의 요청을 듣고
곁에 쓰러져 있던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김 씨는 30일 새벽 기자와 만나 “최대한 도와보려고 했는데 심폐소생술을 잘 하지 못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씨의 옷에는 사고 피해자의 피로 추정되는 혈흔이 묻어 있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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