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부모로서 마음 아파”…이태원 참사 위로한 봉화 광산 매몰사고 가족들[현장에서]

김현수 기자 2022. 10. 3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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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광산 매몰사고 5일째…구조 난항에 ‘발 동동’
이태원 참사 소식에…사망자 더 늘어나지 않길
경북 봉화군 한 아연광산에서 30일 오전 제2수갱(수직갱도)에서 구조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2수갱과 연결돼 있는 제1수갱 지하 190m 지점에 노동자 2명이 닷새째 고립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수 기자

“우리도 걱정이지만 그쪽(이태원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는 어떻겠어요. 같은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죠.”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를 당한 실종자 A씨(62)의 처제는 30일 오전 구조작업이 벌어지는 제2수갱(수직갱도)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사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말을 건넸다.

A씨의 처제는 “아침에 참사 소식을 듣자마자 애들한테 먼저 전화를 했다”며 “다행히 애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에 마음이 놓이면서도, 다른 유가족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부디 잘 추스르길 바란다”고 했다.

A씨의 처남도 “사망자가 더 늘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며 “모쪼록 사고 수습이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은 이른 아침 매서운 찬바람을 맞으며 발만 동동 굴렸다. 전날 구조당국이 구출 가능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2~3일가량 더 걸린다고 설명해서다.

A씨의 아들은 “하루하루 시간이 갈 때마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기분”이라며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 29일 경북 봉화를 찾은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행이 구조까지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냐는 질문에 “하루 30m씩 진입로를 확보한다고 해도 최소 이틀에서 사흘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이른 시점인 오는 31일 오후로 계산해도 지하에 갇혀 있는 노동자는 최소 120시간 정도를 버텨내야 한다.

경북 봉화군 한 아연광산에서 지난 29일 오전 실종자 가족대표 2명과 구조당국 관계자 4명이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제2수갱 지하 140m 지점으로 내려가고 있다. 실종된 노동자 2명은 제2수갱과 연결돼 있는 제1수갱 지하 190m 지점에 나흘째 고립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수 기자
지체되는 구조작업에…땅속 구멍 뚫어 생존자 확인 나서
이르면 31일 오후 1시~오후6시 사이 실종자 생존 확인 가능
실종자 가족, 닷새나 넘겨 시추작업 한다니 ‘원망’

구조당국은 지하에 갇혀 있는 노동자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고 생필품을 지급하기 위해 시추작업에 돌입했다.

구조당국은 이날 오전 9시 브리핑에서 전날 오후 7시20분부터 노동자들이 갇혀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두 곳에 구멍을 뚫는 시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멍의 크기는 각각 지름 76㎜, 98㎜다. 시추작업은 12시간에 평균 지하 30m 길이를 파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당국은 30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지름 76㎜짜리 시추작업이 지상에서 지하 92m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구조당국은 갑자기 암질이 단단한 구간으로 변하는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31일 오후 1시에서 오후 6시 사이에는 실종자가 고립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름 98㎜ 시추작업 구간에서는 이날 오전 기계 고장으로 수리를 한 뒤 현재 지하 22m 지점까지 흙을 파냈다.

구조당국 관계자는 “지하 170m까지 내려가면 식품과 의약품, 통신시설 등도 내려보낼 수 있다”며 “시추관을 확인한 실종자가 관을 쳐내 생존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당국의 시추작업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업체의 초기 예상 구조 시간만 믿고 다양한 구조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른 시점에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 27일 구조가 가능한 지점까지 도달하려면 사흘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업체 측의 예상대로면 30일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도달해야 했다.

실종자 A씨의 아들은 “가족들은 사고 초기부터 진행되는 구조작업 외에도 다양한 구조방안을 같이 진행해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었다”며 “시간이 가장 중요한데 하루라도 일찍 시추든 다른 방안이든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구조가 장기화함에 따라 다양한 구조 방법을 강구하고 관계자 회의를 통해 시추작업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봉화 광산 붕괴 구조상황도. 경북소방본부 제공
제2수갱 통한 구조진입로 확보 계속 진행
스위치레일 설치 완료…직선거리 100m만 파내면 돼

구조 당국은 진입로 확보를 위해 폐갱도인 제2수갱 지하에서 대형암석들이 많은 고난도 작업구간 45m 구간에 진입로 확보와 암석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스위치 레일(후진 가능한 광차) 설치를 완료했다. 이 구간은 직선거리로는 30m 구간에 해당한다.

업체는 구조가 가능한 지점까지 도달하는데 필요한 남은 진입로 100m 구간(직선거리) 난이도를 ‘중’으로 보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권 업체 부소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100m 구간에 암석을 파쇄해 진입로를 확보하면, 파쇄된 암석은 광차를 활용해 밖으로 배출해야 한다”며 “스위치레일(후진이 가능한 광차의 레일) 설치 이후에 구조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6시쯤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채굴 광산의 제1수갱 지하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 들어온 펄(진흙 토사물)이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펄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갱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노동자 2명을 스스로 탈출했고, 3명은 업체 측에 의해 구조됐다. 제1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 중이던 A씨와 B씨는 현재까지 고립된 상태다.

업체 측은 밤샘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실패한 뒤 14시간이 지난 27일 오전 8시34분쯤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이 업체는 지난 8월에도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노동당국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 신고 지연에 대해서도 노동자 2명이 구조되는 즉시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북 봉화군 한 아연채굴 광산에 지난 29일 오후 출입통제 선이 설치돼 있다. 이 곳에는 2명의 노동자가 지하 190m 아래에 나흘째 고립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수 기자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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